‘발전도상인’(發展途上人) | 김나래 | 2021-12-1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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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도상인’(發展途上人)
지난 주 ‘유시민’이라는 작가 혹은 정치평론가가 언론에 다시 등장했습니다. 내년에 있을 대선에서 자신이 지지하는 한 후보를 평가하는 자리였습니다. 그의 생각이 다 옳을 수 없고, 그가 지지하는 후보를 모두 같은 마음으로 지지하자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그가 했던 말 중에서 제 마음에 꼭 맞는 표현이 있었습니다. 그는 .한 후보에 대해서 ‘발전도상인’이라는 용어를 사용했습니다. 그리고 그 의미를 설명했습니다. 그가 말하는 발전도상인은 정치인으로서 ‘완성형’이 아닌 변화와 발전이 가능한 사람을 말합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성장하고 발전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상황과 환경에 맞게 자신을 변화시킬 줄 아는 사람을 말합니다. 발전도상인이 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건으로 ‘학습이 가능한 성품’이 되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한국 남성 나이가 50이 되면 더 이상 어떤 조언도, 충고도, 학습도 없는 ‘꼰대’가 되기 쉽습니다. 다른 사람과 나의 차이를 발견하면 당황합니다. 내가 설득했는데 상대방이 변화하지 않으면 분노합니다. 누군가 내 생각에 동의하지 않으면 전투적으로 변합니다. 설명하기보다 강요합니다. 그 사람과 나의 생각의 차이가 내 뜻대로 조절되지 않으면 관계를 깨뜨리기도 합니다. 유시민이 설명하는 발전도상인은 나이 혹은 사회적 지위와 관계없이 ‘학습가능한 사람’을 말합니다. 그래서 그가 질문합니다. 계속 마음을 낮추어서 학습하고 생각의 변화와 삶의 성장을 추구하는 사람이 될 수 있는가? 심지어 대통령이 되어도 스스로를 완성되었다고 생각하기보다 학습하고 변화해야 되는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가? 국민이 그에게 권력을 허락했으므로 국민의 마음과 생각을 배워나갈 수 있는가? 유시민은 그런 관점에서 자신이 후원하고 싶은 후보를 결정했다고 했습니다.
우리는 성경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납니다. 대부분의 성경의 인물들은 우리들과 비슷합니다. 연약하고 부족한 사람들입니다. 그들이 복음을 만나고 하나님과 교제하면서 변화되고 성장합니다. 성경은 복음으로 말미암아 발전도상인이 되어가는 성도들의 삶을 여과없이 보여줍니다. 그들 중에 브리스길라와 아굴라가 있습니다.
사도행전과 서신서에서 바울의 가장 좋은 협력자로 소개되는 아굴라는 본도 출신의 유대인입니다. 본도(Pontus)는 한때 유대땅을 비롯한 지중해 주변의 모든 나라를 정복했던 페르시아 제국의 후예들입니다. 서기 1세기 당시 본도는 로마의 식민도시가 되었습니다. 유대인이면서 본도 출신이라는 말은 삶에 거듭된 상처와 아픔이 있다는 말입니다. 그의 조상은 포로로 끌려왔을 가능성이 많습니다. 제국이면서 이방의 땅인 본도에서 수백년을 노예로, 혹은 천민으로 살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본도가 더 큰 제국 로마에 정복당하고 아굴라는 로마로 끌려왔습니다. 유대인의 이름이 아닌 로마 사람의 이름을 사용해야 했습니다. 반면, 지역과 민족에 대한 소개가 없는 브리스길라는 그 이름으로 보아 당연히 로마의 귀족입니다. 그들이 만나서 서로 사랑하고 결혼할 수 있었던 가능성은 ‘교회’를 제외하고는 없다고 보는 것이 옳습니다. 로마의 귀족의 가정에서 안정된 삶을 살아왔을 브리스길라에게 복음을 만난 이후의 삶은 격동 그자체입니다. 가장 천대받는 민족, 가장 천대받는 계층으로 살아온 남편을 만났습니다. 평생 살아온 고향 로마에서 쫓겨나야 했습니다. 천민들이 하던 노동을 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사도행전과 서신서에서 그들이 소개될 때마다 바울은 그들을 자랑하고 사랑하며 감사합니다. 그들은 로마에서 만났고, 고린도 교회를 바울과 함께 개척했고, 에베소에서 가정 교회를 시작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사도들과 목회자들의 가장 좋은 협력자가 됩니다. 고린도에서 만난 아볼로의 스승이자 친구가 되기도 합니다. 그들이야 말로 ‘신앙의 발전도상인’입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고 하나님과의 관계를 발전시켜나가는 사람들이며, 믿음의 진보를 보이는 사람들입니다.
한국 교회의 성장이 멈춘 지 오래되었습니다. 수와 양의 성장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고와 믿음이 발전하지 않고 있습니다. 성도들의 신앙의식이 변하지 않고 있습니다. 교회와 성도들의 하나님의 나라와 뜻에 대한 학습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졌습니다. 빠르고 깊이 있게 변하는 사회 속에서 가장 늦게 걷는 공룡 화석이 되고 있습니다. 주님이 오시는 날까지 늘 변화하고 성장해야 하는 것이 교회이며 우리들 성도들이어야 합니다. 신앙의 발전의 도상에서 서로 만나고 격려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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