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의 식탁 | 김나래 | 2022-01-1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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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의 식탁
제가 어릴 때 방학이 되면 늘 거제도 외할아버지 댁에 갔었습니다. 항상 좋았습니다. 시골의 낭만적인 재미도 있었고,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사랑도 받을 수 있었고, 또 풍족하게 사신 편이어서 무엇인가 넉넉한 느낌을 받고 돌아왔었습니다. 좋은 기억들이 많습니다.
저희 외할아버지는 거제도에서 나름 뼈대 있는 옥씨 집안의 장손이셨습니다. 늘 꼿꼿하시고 대쪽같은 장로님이셨지요. 저희 손자들을 참 좋아하셨는데, 그저 마냥 좋아해주지는 않으셨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식사였습니다. 집으로 들어서면 꽃밭과 함께 마당이 있고, 대청 마루가 있고, 방이 세 개 있었습니다. 증조모님이 가운데 방에 계셨고, 왼쪽으로 할아버지의 서재와 TV가 놓인 방이 있고, 그 안쪽으로 침실이 있었습니다. 오른 쪽으로는 우리가 부엌방이라고 부르는 방이 하나 있었고, 그 옆으로 군불을 때는 부엌이 있었습니다. 식사를 할 때면.... 할아버지는 늘 동그랗고 작은 소반을 받으셨습니다. 고봉밥이 있고, 국이 있고, 반찬 몇 가지가 있었는데 항상 생선과 계란찜이 있었습니다. 때로 고기반찬도 있었습니다. 방학 때 저희들이 가면 대청마루나 혹은 할아버지의 방에 상을 하나 더 차렸습니다. 뭔가 부족한 듯한, 하지만 할아버지를 제외한 모든 식구들이 둥글게 앉아서 먹는 상이었습니다. 딱히 그것이 불편하다거나 불만스럽지는 않았습니다. 원래 그러려니 했었습니다. 가끔 할아버지 상에만 있던 반찬을 먹기 위해서 형제들끼리 다투는 일이 있기는 했습니다. 아래 상에는 없는 고기반찬과 계란찜이 주로 타겟이 되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할아버지는 왜 그러셨을까요? 손자들을 정말 좋아하셨고, 아낌없이 주시는 분이었는데 왜 상을 함께 하지 않으셨을까요? 물론 저희들이 성장한 후에는 함께 식탁을 나누시는 더 좋은 할아버지가 되셨고, 그 대쪽같이 엄하시던 장로님께서 손주 며느리와 같이 고도리도 치셨는데 말입니다. 왜 그때는 한 번도 할아버지와 함께 식탁을 나눌 수 있는 기회를 주시지 않았을까.... 유교적 전통과 고정관념의 힘은 참 대단하다....라는 생각을 합니다.
예수님은 우리가 잊지 못하는 식탁을 제자들과 교회에 허락하십니다. 예수님은 제자들과 마지막 식탁을 나누시고 이 식탁을 기억하라고 말씀하시면서 또 하나의 식탁을 약속하십니다.
“너희는 나의 모든 시험 중에 항상 나와 함께 한 자들인즉 내 아버지께서 나라를 내게 맡기신 것 같이 나도 너희에게 맡겨 너희로 내 나라에 있어 내 상에서 먹고 마시며 또는 보좌에 앉아 이스라엘 열두 지파를 다스리게 하려 하노라”(눅 22:28-30)
이 말씀은 달란트 비유와 닮았습니다. 예수님은 곧 제자들을 떠나실 것이고 그들에게 무엇인가를 맡기십니다. 하나님이 예수님께 하나님의 나라를 맡기셨고,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같은 하나님의 나라를 맡기십니다. 그리고 그 나라에서 주님의 식탁에서 먹고 마시며 같은 영광을 누릴 것을 약속하셨습니다. 달란트 비유에서 예수님은 주인이 그저 돈을 맡긴 것이 아니라 주인의 마음과 생각과 질서와 가치를 맡긴 것이며 그것은 곧 하나님의 나라임을 밝히신 것입니다. 그러므로 주님이 잠시 그들을 떠났을 때 하나님의 나라의 삶을 사는 사람은 주님이 영광으로 임하실 때 주님의 나라와 식탁에서 함께 영광을 누리게 된다는 약속입니다.
열 처녀 비유에서는 기름을 넉넉하게 잘 준비한 다섯 처녀가 잔치에 참여하는 영광과 기쁨을 얻습니다. 달란트 비유에서는 주신과 같은 마음과 생각으로 달란트로 열심히 장사를 했던 종들이 주인의 즐거움에 참여합니다. 양과 염소 비유에서는 이 땅에서의 식탁을 이웃과 나눴던 사람들이 하나님 나라의 식탁에 초대를 받습니다. 좀 멀리 가면 부자와 나사로 비유에서 부자는 자신의 식탁에 세워두었던 경계를 천국과 지옥 사이에서 만납니다. 어떤 사람이 주인의 즐거움에 참여합니까? 어떤 사람이 주인의 식탁에서 배제됩니까? 이 땅에서, 우리의 일상에서, 매일의 삶에서 하나님의 마음과 생각으로 사는 사람, 하나님의 뜻과 나라를 구하는 사람, 그래서 삶의 경계를 풀고.... 식탁의 경계를 풀고.... 매일의 삶을 주신 달란트로, 맡기신 하나님의 나라로 살아가는 성도와 교회에게 우리 주님은 주인의 영광의 식탁에 참여하는 기쁨을 주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왜냐하면 그가 이 땅에서 자신의 식탁에서 우리 주님과 함께 먹고 마셨기 때문입니다. 이 땅에서 자신의 생각과 욕망을 버리고 주인의 달란트로 살았기 때문입니다. 주님의 식탁을 이 땅에서 내 삶으로 나누고, 영원한 그 나라에서 영광 중에 함께 나눌 수 있는 성도와 교회 되기를 소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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