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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본향’ 김나래 2022-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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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본향’ 

 

지난 주말이었습니다.  좀 늦은 저녁에 필라 시내를 돌아서 나오는 길이었습니다.  늘 지나다니는 모퉁이에 한 남자가 벽을 보고 서 있었습니다.  마침 제 차도 신호에 걸리고 다른 차들에 밀려서 한참을 그 옆에 서있었습니다.  그는 미동도 하지 않았습니다.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무엇인가 생각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는 등에 작은 가방 하나를 매고, 자신의 남은 모든 짐을 정리한 것 같은 큰 쓰레기 봉투를 옆에 두고 있었습니다.  벽에 거의 머리를 박고 있는 듯.... 제가 그곳을 떠날 때까지 그는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실은 가끔 그런 사람들을 봅니다.  한 손에는 가방을, 다른 한 손에는 캐리어 손잡이를 잡고는 어두운 거리에서 한 걸음 이리 옮겼다가 다시 한 걸음 다른 방향으로 옮겼다가... 한참을 서성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사람들의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모든 짐을 풀고 그냥 망연히 하늘을 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가끔 더운 하수구가 지나가는 맨홀 뚜껑 위에 온 몸을 최선을 다해 웅크리고 있는 사람들도 만납니다.   

 

그 날, 주먹을 쥐고 서 있는 저와 비슷한 나이의 한 남성을 보면서... ‘나는 돌아갈 집이 있고, 안아주는 가족들이 있구나.... 참 다행이다....’ 라고 문득 본능으로 생각했고, 이성으로 반성했습니다.  본능적으로 그렇게 생각을 한 것은 제가 어쩔 수 없는 반응이구요... 아... 아직 내가 참 많이 부족하고 이기적인 사람이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그래서 이성적으로.... 다른 사람의 삶의 어려움과 한숨을 보면서 나는 그렇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안심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내게 돌아갈 집과 반겨줄 가족이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하나님과 가족에게 감사해야 하고, 그렇게 살지 못하는 이웃들에 대한 삶의 책임을 함께 느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히브리서 11장에는 아벨과 노아와 아브라함과 사라의 삶을 다음과 같이 정리합니다.

 

 “이 사람들은 다 믿음을 따라 죽었으며 약속을 받지 못하였으되 그것들을 멀리서 보고 환영하며 또 땅에서는 외국인과 나그네임을 증언하였으니”(히 11:13)

 

여기서 신앙의 선조들에 대해 말하는 것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하나는 그들이 믿음을 가지고 살다가 죽었다는 것입니다.  둘째는 그들은 이 땅에서의 삶에서 하나님의 약속의 성취를 경험하지는 못했다고 했습니다.  다만 믿음 안에서 사모하고 소망했을 뿐입니다.  셋째는 그래서 그들은 이 땅에서의 삶을 마치 외국인처럼, 나그네처럼 살았다고 했습니다.  그들은 믿음으로 순종했지만 그러나 약속의 성취를 보지는 못했습니다.  믿었고 죽었습니다.  이 땅에서 이민자로, 나그네로 살다가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삶이 헛되지 않은 것은 그들에게 믿음이 있었고 소망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들의 소망은 이전 번성했던 제국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들 자신이 제국이 되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하나님은 그들에게 제국의 영광이 아닌 광야의 공허함을 경험하게 하시고, 이땅에서의 소망이 아닌 ‘더 나은 본향’을 사모하는 삶을 살도록 인도하신 것입니다.  그들이 이민자와 나그네로 살았던 가장 증요하고 의미있는 이유는 그들에게 허락하신 더 나은 본향을 향한 믿음과 소망에 있는 것입니다.  

 

밤이 깊고 날이 추워도 돌아갈 곳이 없는 이웃들이 있습니다.  우리에게 허락하신 가정과 장막에 대해 감사하면서 그들에게도 따뜻한 사랑을 나눌 수 있는 성도와 교회가 되어야겠습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시대가 어둡습니다.  더 무겁고 어두운 시대를 예상하고 있습니다.  교회와 성도는 그래서 더 큰 집, 더 많은 부와 영화를 축적할까요?  우리가 바벨론으로, 애굽으로 돌아가기를 소원할까요?  하나님은 우리들에게 더 나은 본향을 향한 믿음을 허락하셨습니다.  본토와 친척과 아비의 집을 떠나도 우리가 불안하고 두렵지 않은 것은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더 나은 본향을 허락하셨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그 본향으로 가는 길을 여셨으며, 성령 하나님께서 우리의 발걸음을 돕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어둡고 힘든 세상을 사는 하나님 나라의 백성된 성도 여러분!  우리의 본향은 하늘에 있고 우리의 갈 길은 십자가 위에 펼쳐져 있습니다. 그 길 위에서 오늘도 승리하며 찬양하며 함께 나아가는 성도와 교회가 되기를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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