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적 감수성 | 김나래 | 2022-04-1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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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적 감수성
지난 주 총회 관련 일과 이번 여름 단기선교에 관련된 일을 의논하고자 LA와 아리조나 피닉스를 다녀왔습니다. 일부러 운전을 해서 LA에서 남쪽에 있는 샌디에고를 거쳐서 동쪽의 아리조나 피닉스까지 운전을 했습니다. 물론 이번 여행의 목적이 있었습니다. 선교위원회의 일을 하고, 여러 목사님들을 만나서 의논할 일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이번 여행에 하고 싶은 일이 또 하나 있었습니다. 지금부터 한 17-8년 전 쯤, LA에 있는 신학교에서 강의를 하고, 같은 코스로 운전여행을 했던 적이 있습니다. 한참 미국 서부의 풍경에 감탄을 하던 때라.... 그때의 감동이란 이루 말로 다할 수 없었습니다. 멕시코와 미국 국경 마을들의 모습, 아침에 국경을 넘어와서 아리조나의 광활한 벌판에서 일하는 하루 종일 일하는 멕시칸 노동자들, 그리고 무엇보다 끝이 보이지 않을 것 같은 모래사막.... 황량한 바위 산들..... 참 좋은 기억이 있었습니다. 이번 여행을 준비하면서 오랜만에 같은 기분을 느끼고 싶었습니다.
결과를 말씀드리면....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당연히 풍경은 아름답고 사람들은 좋았지만 그때만큼이 아니었습니다. 왜 실패했을까요? 생각해보니 그도 그럴 것이.... 그때는 제가 사막과 광야, 캘리포니아와 아리조나의 풍경을 처음 보던 때였습니다. 보는 것마다 새로웠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매년 나바호를 가고 선교를 하면서 그 풍경에 눈과 마음이 이미 익숙해져있는 상황이니까요.... 뿐만 아니라 요즘 몸도 마음도 많이 지쳤고, 일정은 바쁘고.... 시간에 맞춰서 돌아가야 하고.... 그냥 음...., 아.... 그래.... 하면서 마치 숙제하듯 지나왔습니다. 여행이 좋기는 했지만.... 감동은 훨씬 덜한 시간이었습니다.
어린 아이들의 시간과 어른의 시간은 다르다고 말합니다. 어릴 때는 시간이 천천히 간다고 생각하는데, 30이 되면 시속 30마일, 40이 되고, 50이 되고, 60이 되면...시속 60마일로 간다... 뭐 이런 농담을 하기도 합니다. 왜 우리는 점점 시간이 빨리 지나간다고 느끼는 것일까요? 저는 저의 이번 여행과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첫째는 익숙한 일상이 반복되기 때문이고, 둘째는 삶이 점점 피곤해지기 때문입니다. 살다보니... 늘 보던 것이고, 익숙하게 경험하는 일이면서, 항상 만나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어린 아이들은 다릅니다. 매일 새롭고, 매일 처음 경험하는 일들입니다. 삶에 대한 경이감이 세상을 학습하는 힘이며 성장하는 과정입니다.
우리 성도들에게도 이것이 필요합니다, 저는 이것을 ‘영적 감수성’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일반적으로 감수성이라고 하면 외부 세상의 자극에 대해 내가 정서적으로 반응하는 정도를 말하는 겁니다. 무딘 사람이 있고, 민감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의 영성에도 감수성이 있습니다. 우리의 영적 감수성의 정도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그것은 첫째 우리 자신에 대한 하나님의 마음과 생각을 아는 것입니다. 영성은 관계성입니다. 우리의 마음과 하나님의 마음이 연결되고 그 마음을 내가 품을 때 비로소 영적 감수성이 시작됩니다. 둘째 우리가 사는 세상에 대한 하나님의 마음과 생각을 아는 것입니다. 하나님아버지의 마음과 시선으로 세상을 보고 이웃을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세상에 대한 하나님의 마음을 느껴야 합니다. 비로소 우리가 세상에 내려오셔서 사람이 되신 하나님의 사랑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또 하나 우리 자신에 대한 하나님의 긍휼과 사랑을 깨달아야 합니다. 내가 받은 사랑과 은혜를 깨달을 때 영적 감성이 시작되고 하나님의 사람으로서의 삶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이번 짧은 여행에서 저의 무뎌진 감성을 발견합니다. 그리고 코로나의 시간에 시달리고 무뎌진 저의 영적 감수성을 발견합니다. 세월 탓으로, 세상 탓으로 돌릴 수 있을까요? 내가 하나님의 마음을 느끼지 못하고 하나님의 생각을 품지 못하는 것을 환경 탓으로 변명할 수는 없습니다. 다시 어린 아이와 같은 마음을 품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매일 새로운 날을 주시는 하나님의 섭리하심과 은혜를 깨달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주님 다시 만나는 날까지 늘 아이와 같은 영적 감수성으로 성장해갈 수 있기를 소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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