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하나님, 그들의 하나님 | 김나래 | 2022-07-1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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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하나님, 그들의 하나님
구약의 룻기를 하나의 드라마라고 생각해봅시다. 전체적으로 4막으로 구성되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1막은 엘리멜렉 가정의 선택과 결과입니다. 이 드라마는 아마도 비극일 것 같습니다. 2막은 절망과 비극 가운데 한 이방 여인의 선택을 보여줍니다. 룻은 자신의 생명을 걸고 그 선택을 책임집니다. 3막의 주인공은 하나님이십니다. 거역과 욕망의 시대에 하나님의 언약을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들을 준비하시고 만나게 하시고 그 뜻을 이루어가십니다. 4막은 룻기의 전체적인 주제를 비로소 드러냅니다. 이스라엘의 하나님이 ‘믿음’이라는 다리를 건너서 모압의 하나님이 되고, 나오미의 하나님이 하나님의 긍휼과 자비의 다리를 건거서 룻의 하나님이 됩니다. 사사기의 시대가 언약을 통해서 다윗의 시대가 되고 예수 그리스도의 시대가 됩니다. 그리고 룻기는 말합니다. 사사들의 시대,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기 소견에 옳은 대로, 자신의 욕망과 뜻대로 살아갈 때.... 하나님의 역사에 순종하고 헌신하는 소수의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그들을 통해서 하나님의 시간을 이루어가십니다.
우리 교회가 그동안 나바호 선교에 동참하면서 미국 원주민의 역사와 그들에 대한 선교의 과정을 공부한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나바호를 갈 때마다.... 가슴 답답한 절망을 느낍니다.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미국 안에 있는 또 다른 미국의 이야기, 원래 이 풍요로운 땅에서 수천 수만년을 살아왔던 사람들의 후손들이 가장 척박하고 메마른 땅에서 오늘을 살고 있는 모습을 볼 때.... 몇 년전 나바호에서 만났던 한 소녀가 말한 것처럼 'Pain and Sadness'라는 말 외에 어떻게 이들의 삶을 설명할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됩니다. 선교.... 이들에게 복음을 전했다고 말하는 미국 교회들은 과연 충분히 선교적이었는가? 질문을 해봅니다. 답하기 어렵다면... 이 질문으로 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미국 백인들의 하나님은 나바호의 하나님인가? 어머니의 백성이 나의 백성이라는 룻의 고백은 나바호에서도 같은 의미로 고백될 수 있을 것인가?
룻기의 선교적 가치는 “나의 백성이 당신의 백성이 되고, 나의 하나님이 당신의 하나님이 되기를 원합니다.”라는 일반적인 선교에 있지 않습니다. 룻기에서는 이것이 반대가 되었습니다. “당신의 백성이 나의 백성이 되고, 당신의 하나님이 나의 하나님이 되기를 원합니다.”라는 고백은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이스라엘에 이방에 대해 선의와 믿음으로 이 고백을 먼저 한 것이 아니라, 연약하고 부족한 이스라엘을 통해서 이방이 하나님을 경험하고 그들의 마음에서, 입에서 먼저 고백이 되었습니다. 저는 미국 교회의 미국 원주민에 대한 선교는 이미 실패했다고 생각합니다. 미국 교회도 인정합니다. 이 큰 대륙을 자신들의 것이라고 자랑하는 미국의 사람들은 나바호에는 감히 들어가지 못합니다. 두려워합니다. 뿐만 아니라.... 아직도 원주민 선교를 하겠다는 미국 교회들은 여전히 자신들을 정복자로서 생각합니다. 인디언들을 개화시켜서 미국 사람처럼 만들겠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나바호 선교사로 섬기시는 황성기 선교사님이 처음 사역을 시작했던 'Indian Bible College'를 기억하십니까? 황선교사님이 더 이상 그들과 사역을 할 수 없겠다고 결정한 이유... 여전히 그들의 내면에 남아 있는 정복자로서의 인식 때문이었습니다. 하나님의 차별 없는 복음을 전할 사역자를 양성하는 신학교인데.... 아직도 미국 원주민들을 각 부족의 이름으로 부르거나 'Native American'으로 부르지 않고, 'Indian'으로 부르면서... 복음을 제대로 전할 수 있을까요?
그러나 하나님은 이방인 룻을 통해서 하나님의 언약의 계보를 이어가는 것처럼, 룻을 통해서 아름다운 고백을 하게 하셨던 것처럼.... 이 시대, 오히려 선교의 소망은 나바호에 있습니다. 그들이 이런 고통의 과정을 통해서 하나님을 만나고 그들의 조상들을 학살하고 그들의 땅을 빼앗은 사람들을 향해서 참된 사랑과 용서의 복음이 무엇이며 구원의 은혜가 무엇인지를 먼저 고백하게 될 것입니다. 이방여인 룻이 마음으로 입술로 삶으로 드렸던 아름다운 고백을.... 언제인지 알 수는 없지만 나바호 형제들의 입술과 마음으로 고백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 아주 작은 역할을 우리 한국 교회가 할 수 있음에 대해 감사를 드립니다. 이 아름다운 선교의 여정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이 작은 일을 기쁨으로 계속할 수 있기를 바라고, 우리가 그 과정을 통해서 하나님의 마음과 눈물과 계획을 경험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지금으로부터 약 3300년 전, 하나님은 한 이방의 여인의 입술을 통해서 오늘 우리 시대가 고민해야 할 선교적 과제를 주셨습니다. 그 고백을 함께 나누며 말씀을 마칩니다.
“비록 당신들은 우리들에게 pain and sadness의 삶을 안겨주었지만.... 그러나 예수님이 당신들을 구원하기 위해 십자가를 지셨고, 또 우리들을 위해 십자가를 지셨음을 믿습니다. 예수님이 당신들의 구주가 되시듯 우리들의 구원의 주님이 되심을 믿습니다. 우리가 당신들의 이웃이 되고 형제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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