켄싱턴 발걸음 | 김나래 | 2022-07-2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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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싱턴 발걸음
지난 달에 한국에서 온 친구 목사님을 만났습니다. 대뜸 제게 ‘켄싱턴 애브뉴’(Kensington Ave.)를 아느냐 물었습니다. 한국에서 방송을 통해서 봤다고 하더군요. 마침 미국 동부에 필라델피아에 있는 친구를 방문한다고 했더니 누군가 영상을 보내줬다는 겁니다. 아마도 개인 유튜브를 포함한 한국 방송들이 꽤 많이 켄싱턴 거리를 알린 것 같습니다. 그들이 대단히 이 지역에 관심이 있어서 방송을 한 것은 아니겠지요. 시청자들을 자극할만한 충분히 충격적인 영상을 담을 수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한국의 온라인 유저들이 미국을 ‘천조국’이라고 비꼬아 부르는 일이 많습니다. 두 가지 뜻이 있다고들 말합니다. 첫째는 천조(天朝) 즉 ‘하늘의 왕조’라는 뜻입니다. 거룩해서가 아니라 다른 나라들과 비교할 수 없는 국력을 가지고 세계를 지배한다는 뜻입니다. 또 다른 뜻은 ‘천조’(千兆)입니다. 미국에 일 년에 사용하는 국방비가 ‘천조’가 된다는 뜻입니다. 실은 좀 과장된 면이 없지는 않은데요.... 그만큼 강하고 크다는 뜻일 겁니다. 그런데 그런 나라 안에 이렇게 비참한 삶의 현실이 숨 쉬고 있다는 사실이 충격적이라고 했습니다. “어떻게 미국이 그래...?” 그래서 제가 한번 가보겠냐고 했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습니다. 제가 우리 교회는 그곳에 매주 가서 홈리스들에게 점심 식사를 제공한다고 했더니 놀라는 표정으로 저를 봤습니다. 그리고 한 마디 했습니다. “괜찮아?” 켄싱턴 거리를 갈 때마다 다소 당황스러운 것이 하나 있기는 합니다. 길바닥이 꽤 끈적거립니다. 발자국을 뗄 때마다 ‘쩍... 쩍....’하고 소리가 날 때가 많습니다. 비가 오고 거리가 조금 청소가 되면 좀 낫구요, 그렇지 않으면... 특히 사람들이 많이 모인 곳을 지날 때는 그들이 내놓은 분비물들과 음식 쓰레기 때문에 길바닥 상태가 엉망입니다. 지난 주에도 함께 그곳에 가서 점심 식사를 나눠주시던 권사님들과 거리가 너무 끈적거린다는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그리 좋은 느낌은... 아닙니다. 그리고 지난 한 주간, 그 느낌이 계속 제게 남아 있었습니다. 연관된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저의 마음을 맴돌았습니다. 얼마나 환경이 엉망이면 길바닥이 끈적거리기까지 할까....? 그들이 함부로 버리는 음식물과 분비물이 곳곳에 남아 있고, 그것으로 말미암아 길바닥이 끈적거리는 것이라면.... 그곳을 걷다가 차를 타고 다시 교회로, 집으로 돌아오면.... 뭔가 보이지 않는 Kensington의 불결한 것이 내 삶으로 훅...들어오는 것은 아닐까....? 꼭 그렇게 될 것 같다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지난 한 주간 많은 고민과 반성을 함께 했습니다. 하나님께서 모세에게 신을 벗으라고 말씀하시던 장면을 기억합니다. 하나님께서 제게, 우리들에게도 신을 벗으라고 말씀하십니다. 우리가 누리는 안전하고 깨끗한 환경과 삶은 당연한 것인가? 켄싱턴에서 살아가는 그들의 쩍쩍거리는 삶은 또한 그들에게 당연한 것인가? 마치 당연한 듯이 이런 환경에서 살아가는 나와 나의 가족들은 그런 환경에서 살아가는 그들보다 더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삶을 사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눈에 보이는 차이는 하나님 앞에서는 아무 것도 아닐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애굽의 신을 벗고 하나님의 마음의 신을 신는 것입니다. 쩍쩍거리는 발걸음이 문제가 아니라 교만하고 둔감한 우리의 마음이 문제입니다. 우리의 마음을 새롭게 해야 비로소 우리의 발걸음이 새롭게 될 것입니다. 그들의 불결한 환경이 나에게 영향을 미칠까 염려하는 마음이 아니라, 내가 그들에 의해서 오염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그들에게 다가서서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발걸음마다 하나님의 나라가 함께 증거될 것입니다. 내 발걸음마다 하나님의 마음의 자국이 남을 것입니다. 내 발걸음마다 하나님의 마음이 찍힐 것입니다. 내가 그들 때문에 불결해지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나로 말미암아 하나님께 가까이 서게 될 것입니다. 그들이 나에게 남기는 발자국으로 염려하는 연약한 마음에서 내가 그들에게 남길 하나님의 마음의 발자국에 대해 생각합니다. 그 마음, 그 발자국에 내게 있기를 소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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