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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그 아부지 머하시노?" 김나래 2022-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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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그 아부지 머하시노?”

 

약 20년 전에 1980년대의 부산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가 하나 제작되었습니다.  ‘친구’라는 영화입니다.  그 영화를 만든 곽경택 감독이 저와 같은 연배이고, 부산의 동래구에서 같은 시기에 학창시절을 보낸 것으로 압니다.  그래서인지.... 영화에서 다루는 사건들과 대사들이 마치 저의 학창시절을 보는 듯 친숙했습니다. 아직도 잊을 수 없는 충격은 선생님이 장동건의 볼을 잡으면서 “너그 아부지 머하시노?”라고 묻는 장면입니다.  장의사를 한다는 말에 선생님은 아버지가 죽은 사람 염해서 공부시키는데 이렇게 밖에 못하느냐고 뺨을 때립니다.  시험을 못 친 학생들을 줄을 세우고, 선생님은 같은 질문을 반복하고 같은 말을 하면서 학생들의 뺨을 때렸습니다.  

 

제가 중학교 2학년이 되었을 때 ‘물상’(物象)라는 수업이 생겼습니다.  40대 중반의 여자 선생님이 담당하셨습니다.  안경을 끼고 좀 낮은 톤의 목소리로 말씀하시는 분이었습니다.  그 선생님이 영화 친구의 대사를 똑 같이 하셨습니다.  수업 시간에 잘못을 하거나 시험을 못치거나... 어쨌든 그 선생님에게 걸리면 같은 질문을 하셨습니다.  “너그 아부지 머하시노?”  “너그 아부지가 니같은 놈 하나 공부시킬라꼬 그렇게 고생하시는데 니는 이기 머꼬?”  그리고 잔혹하게 매를 드셨습니다.  제가 그분을 잊을 수 없는 것은 ‘수철’(가명)이라는 친구 때문입니다.  하루는 수철이가 수업시간에 장난을 치다가 그 선생님께 걸리고 말았습니다.  앞으로 불려나갔습니다.  선생님은 같은 질문을 하셨습니다.  “너그 아부지 머하시노?”  수철이가 머뭇거리고 대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선생님이 매를 들어서 수철이의 등을 후려쳤습니다.  “대답해라, 너그 아부지 머하시노?”  수철이의 눈에 눈물이 맺혔고, 아무 말을 못했습니다.  선생님은 다시 수철이를 다그쳤습니다.  “아부지 머하시노?”  수철이가 선생님의 매를 손으로 잡아 뿌리치면서 외쳤습니다.  “우리 아부지요.... 두구동에서 노가다하요.  와요!”  그리고 수철이는 교실을 뛰쳐나갔습니다. 

 

저는 친구라는 영화에서, 그리고 제가 경험한 현실에서 선생님들의 교육적 의도에 대해서 의심하지 않습니다.  당연히 학생들을 자극해서 공부에 집중하게 하고 성공적인 삶을 살도록 돕고자 하는 중심이었을 것입니다.  1980년대, 여전히 한국 사회가 일본제국주의의 잔재와 군사문화의 영향 아래에 있었고 학원에서의 구타와 체벌이 교육의 한 방법으로 인정되던 시절이었습니다.  선생님들 또한 그 시대적인 분위기에서 자유롭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방식의 교육을 하셨던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가장 기본적인 교육의 목적에 대한 성찰에 대한 것입니다.  우리 사회가 제도화한 학교 교육이란 기성세대가 다음 세대를 위해 준비한 지식과 지혜의 총체입니다.  적어도 인간다운 삶을 살고자 하면 이정도의 준비가 필요하다는 사랑과 배려가 학교교육의 기본적인 입장이어야 합니다.  그러나 교육의 과정에서 그렇게 하지 못했습니다.  셀 수 없는 폭력과 비리가 학교교육의 현장에서 자행되었습니다.  기성세대가 다음 세대에 대하여 어떤 철학과 가치를 가지고 있는가 하는 것이 학교교육의 핵심이면서 모든 상황에서 잊지 않아야 할 원칙입니다.       

 

최근 한국 이태원에서 참혹한 일이 발생했습니다.  오랫동안 팬데믹에 억눌렸던 청춘들이 ‘할로윈’을 즐기기 위해서 나갔다가 길에서 압사해서 죽는 어이없고 기가 막힌 참사가 발생했습니다.  이미 선진국이 되었다고 자부하는 한국 사회가 주기적으로 반복해서 경험하는 사회적 참사에 대해서 기성세대의 한 사람으로 미안하고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가 없습니다.  대부분의 사회적 참사가 사회적 약자와 청년 학생들에게 집중되었고, 그 원인과 미흡한 대책이 기성세대의 책임이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나아가서 참사가 발생한 후 기성세대를 대표하는 정부의 대응은 더욱 참혹합니다.  폭력적이고 비겁한 말들로 책임을 회피하고 이 시기가 속히 넘어가고 잊혀지기를 바라는 것 같습니다.  

 

기성세대가 다음 세대를 어떻게 대하는가 하는 것은 그 사회의 미래를 결정하는 핵심 가치입니다.  예수님은 어린 아이를 천국의 주인으로 대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런 마음과 태도가 기꺼이 그들을 위해 십자가를 지는 것이고, 교회를 세우는 것이고, 선교에 헌신하는 것입니다.  국가와 정부의 필요가 여기에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쉽게 가치의 역전을 경험합니다.  자아의 성취와 만족이 가치의 핵심이 되고 때로 다음 세대를 희생하거나 외면하면서 오늘의 나의 만족과 성공을 얻으려고 합니다.  국가도, 정부도, 교회도, 우리 사회도... 보다 밝은 미래를 꿈꾼다면.... 가장 하지 말아야 할 선택입니다.  참사를 당한 가족들과 우리 자녀들의 세대에 통절한 반성과 아픈 마음과 위로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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