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좋은 소식!’ | 김나래 | 2022-12-1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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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 좋은 소식!’
몇 년 전에 저희 교회당 2층 사무실에서 오디션 아닌 오디션이 있었습니다. 가족들이 함께 상담을 했던 한 가정이 있는데 20대 초중반의 남매가 각각 제 앞에서 노래를 했습니다. 사실 제가 노래를, 그것도 대중가요를 얼마나 알겠습니까? 그런데 그 남매는 제 앞에서 최선을 다해서 노래를 했었습니다. 둘 다 한국에서 아이돌이 되고 싶다고 했습니다. 기획사를 찾아가서 가수 연습생이 되기 위한 오디션을 받겠다고 했습니다. 제가 선뜻 동의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고 또 한국에 음악기획을 하는 사람들을 아주 조금 안다는 이유로 두 남매는 제 앞에서 노래를 부르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남매는 다음 달에 한국으로 갔습니다.
노래를 듣고 난 다음 저는 금방 후회했습니다. 차라리 듣지 않고 기도하고 보냈으면 좋았었겠다 생각했습니다. 무슨 말을 해야 하나.... 정말 고민하고 고민했습니다. 결국 저는 제가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말을 다하지 못했습니다. 다만 걱정하는 말, 그들을 위한다고 생각하는 말 몇 마디를 하고 돌려보내고 말았습니다.
우리들의 삶은 늘 상황적입니다. 상황적이라는 말은 우리 삶의 중요한 원칙과 가치가 있지만 살아가는 중에 늘 새로운 상황을 만나게 되고, 그 상황에 가장 적절하고 최선의 선택을 하려고 노력하면서 산다는 말입니다. 우리가 받고, 믿는 복음 또한 상황적입니다. 예수를 믿으면 구원을 얻는다는 일반적 복음은 우리 삶의 구체적인 상황 속에서 설명되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몇 년 전의 상황 속에서 그 남매에게 제가 전해야 하는 복음은 무엇이고, 어려서부터 예수를 믿은 그 남매에게 그때 반드시 필요하고 순종해야 했던 복음은 무엇이었을까요? 냉정하고 정확하게 말해주는 것일까요?
“아니야,, 너희 둘은 내가 볼 때 그 정도 재능은 아닌 것 같아! 너희들은 지금 헛된 꿈을 꾸고 있는 거야. 노래하고 싶으면 노래방에 가! 무대에 서고 싶으면 아쉽겠지만 교회 찬양팀에 들어가! 그래도 성에 차지 않으면 뉴욕 시내나 여름에 바닷가에 가서 마음껏 노래해. 그런데.... 너희들은 아이돌은 아닌 것 같아! 너희들의 귀한 시간과 돈과 인생을 낭비하지 않으면 좋겠다!”
우리는 때로 옳은 말과 좋은 말을 혼동할 때가 있습니다. 혹시 여러분 중에서 가끔 내 말에 상처를 받는 사람들이 있더라... 하는 분이 있으시다면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내가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준 말들, 나에게 상처를 받았다는 말들은 대부분 틀린 말이 아니었습니다. 나름대로 나는 그를 위해서 한 말이고, 사실에 근거한 옳은 말들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알고 있지 않습니까? 옳은 모든 말들이 다 합당하지는 않습니다. 내 말은 옳지만 내 삶은 그렇지 않을 수 있고, 나는 옳다고 판단했지만 내 판단이 잘못된 근거를 가지고 있을 수 있고, 나에게 있어서의 정의가 그에게 있어서는 불공평할 수 있습니다. 만일 제가 조금 전에 설명 드린 말들로 그 남매를 설득하려고 했다면 아마도 그들은 다시는 목사 따위와는 만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복음은 하나님의 말씀이며 그것은 복되고 좋은 소식입니다. 하지만 복음과 정의로운 말, 옳은 말이 동의어로 사용될 수는 없습니다. 만일 옳은 말이 복음이었다면 예수님은 십자가를 지시기 전에 가룟 유다를 먼저 박살내셔야 합니다. 베드로를 먼저 쫓아내셔야 합니다. 아니 제자들을 모두 파면시키셔야 합니다. 그런데 모든 것을 아시는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심지어 유다와 베드로에게, 의심많은 도마에게....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셔라. 이 예식을 반복하면서 나를 기억하고 기념하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예수님은 그들을 연약함을 이해하시고 부족함까지 사랑하십니다. 그들의 지금을 아시고 그들의 미래를 위해 헌신하십니다. 그래서 성찬에서 주신 예수님의 말씀은 제자들과 오늘 우리들에게 복음입니다.
우리는 아시고 이해하시고 품으시고 사랑하시되 그 사랑에 대해 끝까지 책임지시는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우리를 부르십니다. 그 마음과 사랑이 복음입니다. 아시되 판단하지 않으시고, 고통스럽지만 품에서 놓지 않으시는 우리 주님, 예수 그리스도가 우리의 복음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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