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하심' | 김나래 | 2023-01-2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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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하심’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하십니다.”라는 말은 오늘날 교회와 성도들이 가장 흔히 하는 말입니다. 하나님의 신실한 인도하심을 기대하는 것은 어쩌면 우리 신앙의 가장 기본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고난의 때, 절망의 시간이 찾아올 때가 있습니다. 시편의 시인들은 이런 시기를 만날 때 늘 하나님께 부르짖었습니다. 하나님이 우리는 잊으셨는가? 하나님은 우리를 외면하시는가? 하나님은 우리에 대해 눈과 귀를 가리고 계시는가? 지식과 믿음으로는 하나님을 신뢰한다고 말하면서도 삶에서는 원망과 두려움에 사로잡힐 때가 있습니다. 시편 23편의 아름다운 노래를 불렀던 다윗 또한 마찬가지였습니다.
아들 압살롬이 반란을 일으켰습니다. 충성된 신하라고 여겼던 아히도벨이 다윗을 배신했고, 다윗의 지파인 유다지파도 압살롬을 선택했습니다. 사무엘하 15장을 보면, 그는 ‘머리를 가리우고.... 맨발로.... 울며....’ 도망을 쳤습니다. 그는 그 시간을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라고 했습니다. 그런 상황 속에서 다윗은 어떻게 하나님을 의지하며 인도하심을 노래할 수 있었을까요? 삼하 15:25-26에 답이 있습니다. “왕이 사독에게 이르되 보라 하나님의 궤를 성읍으로 도로 메어 가라 만일 내가 여호와 앞에서 은혜를 입으면 도로 나를 인도하사 내게 그 궤와 그 계신 데를 보이시리라 그러나 그가 이와 같이 말씀하시기를 내가 너를 기뻐하지 아니한다 하시면 종이 여기 있사오니 선히 여기시는 대로 내게 행하시옵소서 하리라”(삼하 15:25-26) 다윗의 피난길에 충성된 제사장 사독과 아비아달은 성소에 있던 언약궤를 가지고 왔습니다. 당시에 언약궤는 하나님의 임재와 영광의 상징이었습니다. 왕권을 회복하게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다윗을 위해 급히 가져온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다윗은 그것을 원래의 자리에 돌려놓으라고 말합니다. 자신의 왕권을 유지하게 위해서 하나님의 영광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대신 그는 하나님 앞에 겸손하게 엎드립니다. 그는 두 가지 메시지를 자신과 함께 여정을 떠나는 사람들, 그리고 하나님의 궤를 매고 온 사독과 아비아달에게 전달합니다. 첫 번째 메시지는 하나님께서 은혜를 주시기를 간구한다는 것입니다. 은혜를 주시면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받아서 다시 돌아와 법궤와 함께 영광을 돌리겠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하나님의 뜻이 아니면.... 그래서 내가 돌아와서 하나님의 전에서 이 법궤와 함께 예배하지 못한다면.... 그 또한 하나님의 뜻으로 받겠다고 고백합니다. 내가 이 시대를 하나님이 세우신 왕으로 섬기기에 합당하지 않고 하나님이 기뻐하시지 않으시면 겸손하게 순종하겠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언약의 궤로 백성들의 마음을 유혹하지 않겠다는 말입니다.
참 믿음이 여기에 있습니다. 내 뜻과 소원, 나의 기도와 충돌하는 결정까지 하나님의 인도하심으로 받을 수 있을까요? 다윗은 그렇다고 말합니다. 하나님의 인도하심은 말씀과 함께 하고 순종과 함께 합니다.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사모한다고 말하면서 내 뜻으로 기도하고, 나의 소원을 이뤄달라고 말하는 것은 내가 하나님을 인도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기도라는 신앙적인 행위와 다양한 신앙적인 말들로 우리 자신을 속일 때가 있습니다. 다윗이 말합니다. 하나님께서 내게 은혜를 베푸시고 나를 인도해주시면 감사하면서 순종할 것이요, 혹시 그것이 나의 이익과 충돌한다 해도.... 나는 기쁨으로 그 인도하심에 순종하겠습니다. 그래서 그가 비로소 시편 23편으로 하나님께 찬양할 수 있었습니다. 내 모든 소원이 충족되고 원수를 물리치고 내가 만족하고 영광을 얻어서 이 찬양을 드리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에 있고, 여전이 내가 알지 못하는 원수와 함께 식탁을 나눈다고 해도 나는 평안하고 감사할 수 있습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시편 23편을 시편 중에서 가장 아름답고 은혜를 받는다고 말합니다. 왜 그렇습니까? 푸른 초장과 맑은 시냇물이 흐르고 푸른 하늘과 흰 구름이 흐르고 넉넉한 웃음의 목자가 흰 양떼를 돌보는 낭만적인 그림 때문입니까? 우리가 읽은 시편 23의 현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아들에게 쫓기는 아버지의 처절한 눈물, 신하들에게 생명의 위협을 받는 군왕의 비참한 마음이 이 시의 정서입니다. 그러나 그가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노래합니다. 주께서 나와 함께 하심이라.... 주께서 내게 기름부으심이라.... 주께서 나를 안위하심이라.... 기가 막힌 현실을 날마다 살아가고 있는 성도 여러분, 3000년 전 다윗의 노래와 삶에서 그를 인도하셨던 하나님은 우리의 하나님이십니다.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기대하며 하나님의 말씀과 뜻 앞에 겸손히 순종하면서 사망의 골짜기에서 하나님의 음성을 들으며, 원수의 식탁에서 하나님의 은혜를 누리는 성도들과 교회가 될 수 있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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