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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예수 믿어야 하는거요?” 김나래 2023-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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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예수 믿어야 하는거요?”

 

제가 미국에 오기 전에 공군 장교 생활을 하면서 김해에 있는 ‘샛별교회’라는 아주 작은 교회를 섬긴 일이 있습니다.  성도들이 우리가 작은 교회이지만 무엇인가 의미있는 일을 시작하자는 의견을 냈습니다.  당시 중국이 개방되고 북한과의 관계도 좋아질 시점이었습니다.  북한 선교를 시작해보자는 결정을 했습니다.  마침 부산 지역의 한 인권단체에서 일을 하던 친구가 특별한 두 사람을 소개해줬습니다.  

 

한 사람은 ‘강** 선생님’이라는 분인데 당시에 이미 80세가 넘은 분이었습니다.  1953년 한국전쟁이 끝날 무렵 지리산에서 빨치산 활동을 하다가 총상을 입고 팔 한쪽을 잃었습니다.  1953년부터 1989년까지 감옥에 있었습니다.  다른 한 분은 김** 선생님이라는 분인데 1965년에 북한에서 남한으로 건너오는 연락선의 책임자였습니다. 배가 파선이 되는 바람에 붙잡혔습니다.  역시 1989년에 석방되었습니다.  두 분 다 소위 미전향 장기수셨습니다.  당시 미전향 장기수들의 인권문제가 국제적으로 대두되면서 많은 분들이 한꺼번에 석방되었습니다.  그때 제 나이가 26-7세였습니다.  그 분들은 36년, 24년을 감옥에서 보냈습니다. 전향서류에 사인만하면 자유인이 될 수 있었을텐데.... 궁금하고 경계하는 마음으로 만났었습니다.  

 

그 분들은 첫 만남에서 왜 자신들을 만나려고 하는지 물었습니다.  친구가 되고 싶다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두 분은 “그러면... 우리도 예수 믿어야 되는 거요?”라고 물어보셨습니다.  아니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예수를 믿고 안믿고는 알아서 하시되 다만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고생하시고 외로우셨을테니까.... 친구처럼, 이웃처럼, 가족처럼 지내자고 했습니다. 

 

두 분을 만난 지 6개월이 지났습니다.  하루는 두 분이 교회를 한번 가보겠다고 했습니다.  뭐 예수를 믿겠다는 건 아니고, 이렇게 ‘전도사 선생’이 자신들을 자주 만나러 오는데 우리도 한 번쯤은 가야하지 않겠냐고 했습니다.  처음에는 한 달, 혹은 두 달에 한번 나오셨는데, 성도들과 친해진 이후로는 꽤 자주 교회에 자발적으로 오셨습니다. 

 

강** 선생님이 한번은 이런 고백을 하셨습니다.  얼마 전에 고향 진주에 있는 누님을 찾아갔다고 했습니다.  제가 아는 교회의 권사님이셨고, 동생도 그 교회 장로였습니다. 가족들을 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었습니다.  그런데.... 문전박대를 당했습니다.  강선생님은 일제시대에는 독립운동을 했고, 해방이 되고는 좌익활동을 했습니다.  결국 전쟁이 터지고, 빨치산이 되고, 감옥에 갇혔는데... 온 집안이 빨갱이 집으로 찍혀서 ‘멸문지화’(滅門之禍)를 당했다는 겁니다.  가족들은 강선생님에게 다시는 오지도, 보지도 말자고 했습니다.   

 

김** 선생님은 제게 혹시 ‘종교사’(宗敎師)를 아느냐고 물었습니다.  당시 교도소에는 폭력전과가 있는 사람들 중에서 회심해서 목사가 된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들 중 일부를 '종교사’(宗敎師)로 임명했습니다.  그리고 좋은 뜻으로는 보면 사상범들을 전도하는 일을 맡겼습니다.  그들은 어떻게 전도했을까요?  그들은 간수보다 더 폭력적이고 잔혹했습니다.  전향서에 사인할 것을 강요하고, 거친 말과 물리적인 폭력을 사용하는 일들이 많았습니다.  처음에 제가 그 분들을 찾아갔을 때... 아, 감옥에 종교사가 있더니 밖에 나와도 종교사가 우리를 감시하네... 라고 생각했다고 했습니다. 

 

두 분은 교회 오시는 것을 꽤 즐거워하셨습니다.  한번은 제게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전도사 선생은 우리한테 예수 믿으라는 말을 왜 안하는 거요?”  제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그 마음을 하나님께서 주시기를 바랍니다.  다만 저와 교회가 할 일은 두 분의 좋은 친구가 되는 일입니다.”  고맙다고 하셨습니다.  노력해보겠다고 하셨습니다.  

 

30년이 지난 지금은 그 분들의 소식을 알지 못합니다.  다만 선교의 방향에 대해 고민할 때 그 분들을 늘 기억합니다.  선교는 먼저 좋은 이웃이 되는 일입니다.  우리가 전하는 복음, 우리 안에 있는 믿음은 그들에게 좋은 친구가 되고 선한 이웃이 될 때 비로소 삶을 변화시키는 능력이 됩니다.  우리 교회가 나바호로 가는 발걸음, 켄싱턴으로 가는 발걸음에 하나님의 선하신 인도하심을 기도합니다.  그들의 좋은 친구가 되고 이웃이 되어야겠습니다.  비로소 복음을 들고 산을 넘고 편견과 차별을 넘는 아름다운 발걸음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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