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김서방 찾기’ | 김나래 | 2023-10-2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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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갑자기 대학 동창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도움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LA에서 김서방을 찾아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 친구에게는 이제 30이 넘어서 혼기가 찬 예쁜 딸이 있습니다. 서울에서 좋은 회사를 다니고 있는데 작년 여름 휴가를 받아서 친구와 함께 LA에 왔다가 한 남자를 만났다는 겁니다. 원래 딸은 비혼주의자였는데 그 남자의 적극적인 구애를 받고 결혼하기로 생각이 바뀌게 됐습니다. 두 청년은 한국과 미국을 오가면서 사랑을 키워갔고, 1년 만에 양가 부모님께 결혼을 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딸의 결혼에 대한 갑작스러운 심경의 변화를 들었던 그 친구는 한편 기뻤고, 다른 한편 당황했다고 했습니다. 신랑 될 청년의 집에서 친구 부부를 미국으로 초대했습니다. 그 친구는 고민이 많아졌습니다. 딸을 멀리 시집보내는 결정을 하려고 하니.... 딸이 만난 남자가 어떤 사람인지, 안정된 직장을 가지고 있기는 한지, 가정환경은 어떻고, 성품은 어떠하며, 친구관계는 어떤지를 좀 알고 싶은데.... 필요한 정보를 얻기에는 태평양이 너무 넓었습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미국에서 목회를 한다는 저였습니다. 제게 그 남자 청년의 이름과 함께 사업체의 이름을 전해줬습니다. 마침 그 청년이 ‘김씨’여서 제가 ‘LA 김서방’이라고 별명을 붙였습니다. 그 친구는 제게 LA 김서방에 대한 정보를 최대한 많이 알려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아시다시피 그 일이 쉽습니까? 제가 LA와 필라델피아의 거리가 서울 부산의 10배가 넘는다고 해도 막무가내였습니다. 미국한인사회에서는 목사들 인맥이 제일 넓다고 하더라... 나를 도와줄 사람은 너 밖에 없다.... 친구 좋다는게 뭐냐.... 여러 말들로 결국 설득당하고 말았고, 저는 ‘LA 김서방’을 찾아 나섰고.... 어이없게도 그리 어렵지 않게.... 그를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케빈 베이컨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지구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최대 6단계 이내에서 서로 아는 사람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법칙입니다. 1994년 1월 한 TV의 토크쇼에서 이 이론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3명의 대학생이 그 날 출연한 케빈 베이컨을 대상으로 이 이론을 실험했습니다. 그는 자신이 전혀 알지 못하는 그 어떤 사람과도 6단계 안에서 연결이 된다는 사실에 놀라워했고, 자신도 모르게 이 이론을 증명하고 말았습니다.
이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이론이 가지는 사회적 의미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동시대를 사는 우리들 모두는 모두와 연결되어 있으며 서로의 운명과 행복과 불행까지도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물론 관계의 단계의 정도에 따라서 행복과 불행을 느끼는 정도는 다를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5단계나 6단계로 멀리 있다고 여기는 어떤 사람이 불행이 어느 날 나와 가까운 1, 2 단계의 고통으로 다가올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함께 동시대를 사는 우리의 이웃들의 불행과 아픔에 대해 깊은 관심과 나눔을 노력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21세기는 전쟁의 시대입니다. 1998년부터 2003년까지 아프리카 콩고에서 일어난 아프리카의 8개국이 개입된 전쟁이 있습니다. 사망자만 400만 명이상입니다. 이재민은 2500만 명이상입니다. 2001년부터 2022년까지 있었던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미국의 쓰라린 패배로 끝났습니다. 미국이 패배했다고 하지만 고통은 그들의 몫입니다. 사망자만 23만 명 이상, 이재민은 400만 명이상입니다. 2011년부터 현재까지 진행 중인 시리아 내전에는 사망자가 50만 명이상, 이재민은 1000만 명이상입니다. 1988년부터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미얀마 내전은 사망자가 17만 명이상, 이재민이 100만 명이상입니다. 2022년에는 우리가 알고 있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 전쟁이 시작되었고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습니다. 현재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하마스 사이에 전쟁이 있고 사망자와 이재민이 늘고 있습니다.
우리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의 북동부에서 안전하게 살고 있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전쟁은 켄싱턴에도 있고 나바호에도 있습니다. 욕망과 탐욕이 정당화되는 사회에 살면서 사회적 약자의 눈물은 곳곳에서 강물처럼 흐르고 있습니다. 전쟁의 공포와 고통에 삶을 내어준 이웃들이 나와 관계되었음을 기억할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어제까지는 삶의 터전이었는데 오늘은 아버지와 아들과 남편과 형제들이 죽어가는 현실 속에 있는 이웃들의 절망에 공감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서로 연결되었고 관계되었습니다. 우리의 기도와 나눔과 헌신이 필요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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