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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타리 밑에 불나랏!” 김나래 2023-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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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타리 밑에 불나랏!”

 

저의 부친은 제가 7살이 되던 해에 해운대에서 교회를 개척하셨습니다.  해운대 역 앞에 작은 건물을 빌려서 한 1-2 년간 예배를 드리다가 곧 바로 교회 건축을 시작했습니다.  당시 해운대 역에서 바닷가 쪽으로 해운빌딩이라는 건물을 넘어서면 제법 큰 웅덩이가 있었습니다.  그 웅덩이는 주변 건물과 자동차 정비소에서 흘려보내는 폐수와 쓰레기로 늘 악취가 가득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들에게 있어서는 그야말로 더 없는 놀이터였습니다. 교회 건물을 지으면서 쌓아놓은 자재들과 아무리 더러운 물에서도 잘도 자라는 개구리, 웅덩이 주변에는 키 큰 갈대와 이름 모를 풀들이 빽빽했습니다.   

 

그 웅덩이에는 전설(?)이 있었습니다.  가끔 겨울에 얼음을 지치다가 빠져 죽는 아이들이 있었다는 겁니다.  특히 밤이 되면 풀들이 스치는 소리에 여간 으스스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어느 여름날 저를 비롯한 동네 꼬마들 대여섯 명이서 해운대 역 앞에서 신나게 놀았습니다.  날은 어둑어둑해졌고 집으로 돌아갈 때가 되었습니다.  친구 중 한 녀석이 갑자기 웅덩이를 지나가는 지름길로 가자는 겁니다.  해운빌딩 사이에 작은 틈을 비집고 나가면 웅덩이 갓길을 지날 수 있고 그러면 그 뒤편에 있는 우리들 집들로 쉽게 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큰 길로 가면 빌딩을 지나서 자동차 정비소를 지나서 목공소를 지나서 한 10분은 걸어야 했습니다.  날은 벌써 어두워졌고, 빌딩 뒤에는 불빛도 잘 들어오지 않는데..... 우리는 그 녀석의 호기를 뿌리칠 수가 없었습니다.

 

빌딩 틈을 비집고 웅덩이 앞으로 나왔습니다.  우리 키보다 훨씬 높은 물풀들이 팔을 흔들거리며 스스스스~ 음산한 소리를 내고 있었습니다.  덜컹 겁이 밀려왔습니다. 제일 나이가 어리고 키도 작았던 한 녀석이 울먹거리는 목소리로 "우리 고마 돌아가자~"라고 말 했습니다.  짧은 시간 다들 서로의 눈치를 살펴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때 건물 뒤로 돌아가자고 했던 바로 고 녀석이 저를 가리키면서 말했습니다.  

 

"너그 아부지는 목사 아이가... 목사들은 귀신도 이긴다카데... 니는 몬이기나?"  

 

어린 마음에 순간 엄청나게 당황했습니다.  어떻게 하지.... 고민하던 제게 반짝~~~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그렇다.... 바로 그거다!’

 

저의 아버지도 저처럼 약간 말씀이 빠른 편입니다.  당연히 경상도 사투리를 사용하십니다.  하루는 아버지께서 유년주일학교 설교를 하시면서 예수님이 귀신을 물리치신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예수님이 귀신을 물리치실 때 이렇게 외치셨다고 했습니다. 

 

"사타리 밑에 불 나라!"  

 

아버지께서 극적으로 표현하신다고 워낙 빨리 말씀하신 탓도 있고, 또 그때까지 제가 '사탄'이라는 말이 무슨 말인지도 몰랐기 때문에 “사탄아, 물러가라!”는 말이 “사타리 밑에 불나라!”로 들린 것입니다.  어린 마음에 우와.... 만약에 사타리 밑에 불이나면.... 정말 큰 일이겠다는 생각도 들었고, 사탄도 그렇게 도망가겠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사타리’는 경상토 사투리로 ‘사타구니’를 이르는 말입니다.  저는 친구들에게 아주 진지하게 말했습니다.  "너그들, 지금부터 잘 따라해래이.. 한 손들 들고 같이 외치야 되능기다.... 함 해바라... 사타리 밑에 불나라!"  우리들은 줄을 맞추어서 씩씩하게 손을 높이 흔들면서 웅덩이를 지나 숲을 지나 왔습니다.  "사타리 밑에 불나라... 사타리 밑에 불나라... 사타리 밑에 불나라...."  

 

웅덩이 주변에 숨어 있던 사탄은 우리들의 기세에 눌려서인지 아니면 정말 사타리 밑에 불이 났는지 꼼짝도 못했습니다.  우리는 그날 사탄을 물리쳤고, 저는 꽤 오랫동안 좀 무서운 일이 생기면 ‘사타리 밑에 불나라!’라는 주문을 외웠습니다.  

 

확신하건데, 하나님은 아마도 그날 웃으시느라 쉬지 못하셨을 겁니다.  때로 우리의 믿음은 단순하고 확신이며, 잘 모르는 길을 선택하는 어리석음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단순함과 어리석음에 하나님을 믿는 믿음을 더해서 우리의 인생길을 갑니다.  사탄의 약점은 ‘사타리’가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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