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나라, 소녀!” | 김나래 | 2023-12-0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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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라, 소녀!” 이어령 교수를 아실 겁니다. 그는 오랫동안 한국을 대표하는 지성이었고, 작년 2월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을 때까지 한국 사회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특히 그가 2007년에 회심하여 세례를 받은 일은 기독교계에 큰 사건이 되었습니다. 그는 회심 이후에 학문적인 깊이에 영적인 깨달음이 더하면서 성경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예를 들어 언어학자였던 그는 마가복음 5장을 읽으면서 우리가 일반적으로 하지 않았던 질문을 하나 던졌습니다. “그 아이의 손을 잡고 이르시되 달리다굼 하시니 번역하면 곧 내가 네게 말하노니 소녀야 일어나라 하심이라”(막 5:41) 그는 질문합니다. “왜 성경의 다른 말들은 대부분 현대어로, 자국어로 번역하면서 ‘달리다쿰’과 같은 말은 아람어 원어를 그대로 사용했을까?” 여러분은 원문과 번역을 동시에 기록하는 마가의 의도를 추측하실 수 있겠습니까? 예로부터 유대인들은 그들의 언어인 히브리어를 가지고 있었지만 당시 로마에 의해 지중해 근방의 모든 나라들이 통일되면서 언어와 문화가 섞이고 있었습니다. 로마는 통치 언어로 헬라어를 사용했고, 예수님이 사셨던 나사렛과 가버나움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람어를 일상적으로 쓰고 있었습니다. 마가가 기록한대로 예수님이 그때 사용하셨던 말은 ‘달리다쿰’ 즉, 아람어였습니다. 이어령 교수가 ‘달리다쿰’이라는 말에 천착했던 이유가 있습니다. 이어령 교수의 회심에 큰 영향을 미친 한 사람이 있는데, 그의 딸인 이민아 목사입니다. 여러 은사를 가진 딸이었는데 참 어려운 삶을 살았습니다. 1959년생인 그녀는 미국으로 건너와서 변호사가 되고 또 목사가 되었습니다. 그녀는 전세계를 돌먼셔 청소년 문제, 특히 술과 약물에 빠진 청소년들을 위해 헌신했습니다. 1992년에 갑상선 암으로 수술을 받았는데 목회자로 열심히 활동하던 중에 2011년에는 위암 말기 판정을 받습니다. 2012년 3월에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이어령 교수는 오랫동안 딸과 사이가 나빴습니다. 아버지가 반대하는 결혼과 이혼을 2번씩 했고, 미국으로 건너가서 살았습니다. 하지만 딸이 병들어서 한국으로 돌아와 투병할 때 그는 딸과 깊은 교감을 가지게 됩니다. 딸을 통해서 예수를 만나게 되고 회심했습니다. 그가 성경을 읽으면서 가장 크게 마음에 울림을 받았던 구절이 ‘달리다쿰’입니다. ‘달리다’라는 말은 ‘연약한 자’, ‘작은 자’라는 뜻입니다. ‘쿰’은 ‘일어나다’라는 뜻입니다. ‘달리다쿰’은 말 그대로의 뜻으로 보면 ‘연약한 자야, 일어나라!’ ‘작은 자야, 일어나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말은 당시 유대인의 일상에서는 다르게 사용되었습니다. 그들은 부모가 어린 자녀를 깊은 잠에서 깨울 때 이 말을 사용했습니다. 즉 ‘달리다쿰’은 크게 소리치는 말이 아니라 부드럽게 자녀를 쓰다듬으면서 깨우는 말입니다. “아가야.... 이제 일어나야지... 우리 아기, 이제 일어날까...?”지금 예수님의 소녀를 향한 부름은 바로 이 ‘달리다쿰!’입니다. 이어령 교수가 왜 이 부분에서 그의 마음과 생각이 멈췄는지 아시겠습니까? 그 말은 자신이 어릴 때 엄한 아버지여서 해주지 못했던 말입니다. 이제는 장성했지만 아버지보다 먼저 죽어가는 사랑하는 딸을 보며.... 딸아, 나도 너에게 ‘달리다쿰’하고 부드러운 음성으로 말해주고 싶구나... 그 말을 듣고 네가 일어나주면 좋겠구나.... 이제 죽어가는 너를 보면서 내가 하지 못했던 그 말을 우리 주님이 해주시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이어령 교수를 이 소원과 함께 믿음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습니다. 하나님은 이미 구약에서 솔로몬의 사랑을 통해서 이 음성을 이스라엘 백성들과 교회에게 들려주신 적이 있습니다. 그 사랑의 음성이 솔로몬을 통해서, 마가를 통해서, 예수님을 통해서 우리의 상한 마음과 지친 육신을 일으킵니다. 우리가 믿음으로 응답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나의 사랑하는 자가 내게 말하여 이르기를 나의 사랑, 내 어여쁜 자야 일어나서 함께 가자 겨울도 지나고 비도 그쳤고 지면에는 꽃이 피고 새가 노래할 때가 이르렀는데 비둘기의 소리가 우리 땅에 들리는구나 무화과나무에는 푸른 열매가 익었고 포도나무는 꽃을 피워 향기를 토하는구나 나의 사랑, 나의 어여쁜 자야 일어나서 함께 가자”(아 2: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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