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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걸어 봅시다.” 김나래 2024-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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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걸어 봅시다.”                                                          

 

“제가 한국에 있을 때는 이러지 않았어요.  왜 이렇게 신경이 날카로워졌는지, 왜 이렇게 자주 화가 나는지 모르겠어요. 어쩔 때는 그 사람이 너무 미워서 죽여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해요. 차라리 내가 죽어버리고 싶기도 하구요. 내가 왜 이렇게 되었지요? 어떻게 하면 되지요?” 

 

10년 전쯤 남편과 함께 유학을 와서 정착한 한 자매의 이야기입니다. 한국에서 남편과 같은 직장을 다니던 자매는 남편의 공부를 위해 미국으로 건너왔습니다. 남편은 공부를 마치고 미국 직장을 다니고 있고 두 딸은 누가 봐도 예쁘게 잘 자라고 있습니다. 경제적으로도 많이 안정되어 있고 남편 또한 지극히 성실하고 가정적입니다. 그런데 참 이상하게도 점점 불안해지고 있다고 했습니다.  뭔가 잃고 사는 것 같고 뭔가 손해 보는 느낌이라고 했습니다. 미국에 와서 시작한 신앙 생활도 만족스럽지 않고 대학에서의 전공을 살린 취미 생활에서도 기쁨을 느낄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저 날마다 조금씩 자신의 에너지가 빠져 나가는 느낌, 이렇게 살아서는 안되겠다는 막연한 생각으로 살아간다고 했습니다. 주변 사람들은 좋은 남편 잘 만나서 호강에 겨운 말을 한다고들 합니다. 그 때마다 더 화가 납니다. 남편에 대한 신경질이 늘어간다고 생각하던 어느 날 그 자매는 아직 어린 딸에게 심하게 매를 들었습니다. 무슨 잘못을 했는지, 어떻게 용서를 빌어야 하는지, 왜 엄마가 이렇게 분노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딸에게 소리지르며 화풀이를 한 다음에야.... 그 자매는 딸을 안고 통곡했습니다. 여러분은 이 자매를 이해할 수 있습니까? 

 

최근에 오랜만에 만난 목사님 한 분은 미국에서 3년 간의 생활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 목사님은 하나님께서 자신을 미국으로 보내 주신 것, 3년 간 생활하게 해 주신 것에 대해서 감사한다고 말했습니다. 그가 하나님께 3년의 미국 생활을 감사하는 이유는 학벌도, 경력도 아니었습니다. 그의 감사는 지난 3년간 처음으로 자신을 조용히 돌아볼 수 있는 묵상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는데 있었습니다. 그는 한국에서 15년 간의 목회 생활 동안 앞만 보고 달려왔다고 했습니다. 치열한 한국 교회의 현장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서 뛰고 또 뛰었다고 했습니다. 그것이 옳은 줄 알았고 그렇게 하는 것이 하나님을 향한 충성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미국으로 건너온 동기도 그 연장선에 있었습니다. 보다 큰 목회, 보다 폼 나는 목회자가 되기 위해서는 3년 정도의 외국 경험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자신의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여겼습니다. 하지만 미국에서의 생활은 자신이 예상하던 것과 달랐습니다. 뭐든지 빨리, 많이, 앞서서 살아오던 그에게 미국은 전혀 다른 방식의 삶을 살게 했습니다.  천천히, 그리고 생각하면서 살 것을 요구했습니다. 처음에는 힘들었습니다. 자존심도 상했습니다. 그냥 돌아가 버릴까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손에 일이 없는 상태에서 조용하게 보내는 시간을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자신의 능력과 지성이 시간이 지나가면서 점점 무너지고 무뎌진다고 생각했습니다. 미국에서 3년을 보내기로 한 자신의 결정을 후회하며 그렇게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났습니다. 그리고 지난 해 가을 그는 문득 자신이 걷는 발걸음이 느려졌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말의 속도도 조금 여유 있어졌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에게 스스로 요구하고 규정하고 정죄하고 채찍질 하는 일이 어느새 없어졌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목사님, 참 놀랍게도 나는 요즘 기도를 새롭게 하고 있어요. 비로소 하나님을 만난 것 같아요. 이전에는 하나님이 나의 비전과 능력 때문에 나를 사랑한다고 생각했었어요. 크고 훌륭한 목회를 하는 것이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일인 줄 알았어요. 하지만 그 때에는 기쁨이 없었어요. 늘 바쁘게 일하고 늘 나 자신을 괴롭게 해 보았지만 나는 허덕이며 만족할 수가 없었어요. 그런데 이제 비로소 나를 봐요. 하나님 앞에서 나 자신을 봐요. 교회를 떠나 학교로 돌아온 지 3년 만에 내가 만나야 할 하나님을 비로소 만났어요. 뛰지 않고 천천히 걸어가는 것이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천천히 걷지 않았으면 나는 나를 향한 하나님의 평온한 얼굴을 볼 수 없었을 거예요.” 

 

늘 뛰면서 살던 사람, 늘 사람 사이에서 부대끼며 살던 사람, 그 속에서 보람을 느끼고 재미를 느끼며 살던 사람, 자신이 배운 것을 당당하게 사용하면서 능력을 인정 받는 것에서 자신을 발견하던 사람에게 있어서 미국에서의 이민자로서의 삶은 때로 큰 괴로움일 수 있습니다. 자신의 능력과 시간이 무가치하게 소비되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 느낌을 가지신 분이 있다면, 알 수 없는 분노나 원망에 괴로워하고 있다면 조금 천천히 숲 속을 걸어보시는 것은 어떻습니까? 가까운 공원에 앉아 공원 너머 하늘을 바라보는 것은 어떻습니까? 그럴 때 일수록 조금만 천천히 걸으면서 자신을 조용히 들여다보는 것은 어떻습니까? 내가 하는 일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이고 나의 성취보다 중요한 것은 내 속에서 일하고 있는 하나님의 뜻이니까요…. 빨리 뛰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른 길을 걷는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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