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브라함의 약속 - 10. “하나님, 됐습니다…”(창 17:17-18) | 이응도 목사 | 2011-09-0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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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하나님, 됐습니다…”(창 17:17-18)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비록 약속은 하셨지만 조금 다른 방법이나 몇 가지 다른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고도 생각했습니다.
오히려 광야를 유목하며 재산은 더 풍성해졌습니다. 아직 약속의 아들을 보지는 못했지만 나이 86세에 낳은 이스마엘은 쑥쑥 잘도 자라줬습니다.
하나님의 약속대로 세상이 척척 돌아간다는 것이 그리 쉽지만은 않은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나님은 절망하는 저를 붙들고 확실하고 확실하게 아들을 주시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그리고 그 오랜 세월 동안 저는 조금씩 지쳐가고 있었습니다. 여인에서 노인으로 변해가는 아내를 보며 그저 그런 것이려니…. 쉬운 일은 없으려니…. 하나님을 불신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능력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약속을 지키지 않으신다는 것이 아니라…. 그저 그것이 내 인생이려니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내 나이 이제 99세, 90넘은 아내와 동침을 해 본들 뿌리 잘린 마른 나무가 잎 하나 틔울 수 있겠습니까? 세월의 강물에 떠다니는 나무 막대기에 꽃 송이 필 수 있겠습니까? 상상만 해도 터지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습니다.
이제 그저 됐습니다. 하나님은 여전히 하나님이시고 저는 여전히 아브라함입니다. 그저 이렇게 살아도 사는 것이려니, 모두들 적당히 실망하고 적당히 욕심 내며 살아가려니 하렵니다. 언제나 저 멀리 약속을 두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라만 보던 인생, 좀 더 이렇게 살다가 죽어간들 그리 후회스럽지는 않다고 생각하렵니다.
더 이상 피곤한 마음을 안고 안타까워하지 않겠습니다. 하나님의 약속은 저 먼 곳에 두고 저는 조금씩 세월을 따라 흘러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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