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브라함의 약속 - 11. 모리아 산을 오르며 1 | 이응도 목사 | 2011-09-1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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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모리아 산을 오르며 1 아들아, 이 못난 아비는 너의 엄마를 애굽의 궁정에 두고 온 적이 있다. 내가 살겠다고, 나만 살겠다고 눈물 흘리는 네 엄마에게 등을 돌린 적이 있다. 내 평생에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은 심장을 가르는 고통이라 생각했다. 다시 한번 그런 순간이 다가온다면 차라리 죽음을 선택하리, 차라리 그 자리에서 호흡을 중단하리… 결심하고 또 결심했었다. 그보다 더 큰 고통을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때로 너무 착한 것도 죄가 된다 하던가. 한마디 묻지 않는 네가 원망스럽다. 왜 내가 나무를 지고 가느냐고 왜 제사 드릴 짐승은 없냐고 혹시 아버지가 이상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냐고 늙고 늙은 이 아비가 정신이 이상해 진 것은 아니냐고….
차라리 저기 저 들판의 사슴처럼 껑충껑충 뛰어 달아나주면 좋겠다. 모리아 산을 오르는 발걸음마다 내 심장 깊은 곳에 못들이 박힌다.
하나님이 나를 요구하시면... 아니 이럴 바에야 40년 전, 갈대아 우르를 떠나지 말았어야 했다. 아니다, 처음부터 여호와의 부르심을 외면했어야 했다. 아니 아니 엘리에셀을 상속자로 삼거나 이스마엘로 만족했어야 했다. 아니다, 그것도 아니다. 지금에라도 너의 등을 누르는 나무 짐을 풀어 던지고 네 어미가 기다리는 장막으로 돌아가야 한다.
아들아, 정말 미안하다…. 그 말 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너를 사랑하고 너와 함께 사는 것이 정말 행복한데, 우리는 하나님과의 약속 안에 있고 그 약속이 우리보다 소중함을 이제 알아가고 있다.
발걸음 걸음마다 굵고 탁한 못이 박혀온다. 고인 피에 눈물을 떨구며 산을 오른다.
너의 등에 놓인 나무를 본다. 그 나무 위에 태워질 너의 생명을 본다. 몇 걸음 앞 묵묵히 산을 오르는 너를 본다.
정말 미안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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