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브라함의 약속 - 12. 모리아 산을 오르며 2 | 이응도 목사 | 2011-09-12 | |||
|
|||||
12.모리아 산을 오르며 2
아버지는 여전히 아무 말이 없습니다.
등을 짓누르는 나무 짐의 무게가 뼈 속까지 파고 듭니다. 나도 그저 말 없이 산을 오릅니다.
아버지는 퉁퉁 부은 눈으로 내 장막에 들어왔습니다. 소리 없이 흐느끼며 내 얼굴을 어루만지셨습니다. 내 아들… 내 아들… 중얼거리셨습니다.
나는 아버지와 하나님의 약속의 징표라는 사실도 알고 있습니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기다리고 기다려서 얻은 인생의 전부라는 사실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가끔 이렇게 내가 자는 모습을 보러 오신다는 것도 알고 있었습니다.
실눈을 뜨고 아버지를 봤을 때 나는 일어날 수가 없었습니다. 아버지의 수염을 타고 눈물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나를 깨워 길을 떠났습니다. 그리고 3일 동안 걷고 또 걸어서 이곳 모리아 산에 도착했습니다. 아버지는 나귀와 종들을 산 어귀에 기다리게 하시고 제게 짐을 지우셨습니다.
아버지는 나를 보는 듯 보지 않고 있습니다. 아버지의 긴 수염 끝에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한 손에는 큰 칼을, 다른 손에는 불씨를 든 아버지는 눈물을 닦을 길이 없어 그저 하늘만 바라보고 있습니다.
목이 마릅니다. 이번 제사는 무엇인가 다른 것 같습니다. 제물도 없고 기쁨도 없습니다. 왜 그런지, 그래도 되는 것인지 묻고 싶습니다.
문득 두려운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알 수 없는 불안함에 발걸음이 흔들리기도 합니다. 견딜 수 없는 궁금함에 뿌리 없는 두려움이 더해지자 우뚝 발걸음을 멈추거나 다른 방향으로 걸어가 버릴까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나는 아버지를 압니다. 그는 하나님 앞에 신실한 사람입니다. 아직 내가 알지 못하고 경험하지 못한 하나님을 만난 분입니다. 그와 하나님 사이에 내가 있고 그와 하나님 사이에 약속이 있습니다.
하나님이 어떤 제사를 원하셨는지 알 수 없습니다. 다만 나의 아버지를 믿습니다. 내 아버지의 하나님을 믿습니다. 그는 하나님과의 약속을 지키는 사람, 하나님은 그 약속을 보호하시는 분입니다.
혀가 타 들어가고 몸이 아무런 힘이 없다고 느낄 때 아버지는 다 되었다 하시며 나무 짐을 놓으라 하십니다.
|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