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나의 분노 - 2. 배 밑바닥에서 | 이응도 목사 | 2011-09-1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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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배 밑바닥에서
모릅니다, 몰라요. 저 밑바닥에 내려가 잠이나 자렵니다.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습니다. 누가 나를 지켜보는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다 나를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나님의 명령을 어기고 다른 길을 걷는 다는 것, 죄인 줄 알면서도 행한다는 것이 이렇게 떨리는 일인 줄 몰랐습니다. 자꾸만 내 마음 깊은 곳에 질문을 던지시는 하나님, 나는 마음의 문을 닫았습니다. 이미 배가 항구를 떠나고 있습니다.
차라리 배를 타버리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한번 떠나 버리면 쉽게 돌아오지 못하는 길로, 그저 발걸음을 되돌린다고 돌아올 수 없는 길로, 하나님조차 바꿀 수 없는 길로 떠나버리면 될 것 같았습니다.
나는 하나님을 사랑하지만 하나님이 사랑하는 악한 사람들까지 사랑할 수는 없습니다. 하나님을 내 심령에 받아들이지만 하나님이 받으실 죄인들까지 받을 수는 없습니다. 이렇게 하나님의 땅을 잠시 떠나 하나님과도 잠시 멀어지고 내 뜻은 내 뜻대로 이뤄지고 하나님은 다시 이스라엘에게 사랑을 부어주시겠지요.
이제 그만 말씀하십시오. 너는 선지자가 아니냐구요? 무엇이 옳은지 알지 않느냐구요? 하나님의 눈을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구요? 배를 타고 먼 땅으로 떠날 수는 있지만 하나님 앞에서 자신을 속일 수 없는 것 아니냐구요? 니느웨를 향한 나의 분노가 정당하다 할지라도 하나님을 거역하는 나의 발걸음을 정당할 수 없다구요…?
이제 그만 말씀하십시오. 이제 그만 괴롭히십시오. 배는 이미 항구를 떠났고 나는 잠시 하나님의 얼굴을 피합니다.
나는 한 걸음, 한 걸음 어두운 배 밑바닥으로 내려 갑니다. 마음을 닫고 몸을 눕히고 눈을 감습니다. 하나님의 뜻이 거두어 질 때까지, 하나님이 그 뜻을 잊을 때까지, 내 뜻이 그 원수의 땅에서 이루어질 때까지 나는 이곳에서 깊은 잠 속에 숨어 있으려 합니다.
하나님을 외면하니 오히려 잠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깊은 잠에 빠지렵니다. 바다보다 깊은 거역의 밑바닥에서 나는 나를 닫고 잠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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