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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세의 길 - 1. 항아리에 고인 평화 이응도 목사 2011-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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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항아리에 고인 평화

하나님,

작은 항아리에 고인 물도 나름대로의 평화는 있는 법입니다.

대륙을 가르는 큰 바다가 아니어도,

역사를 따라 흐르는 깊은 강물이 아니어도 나는 내 작은 평화를 지키고 싶습니다.


한 때는 큰 바다를 꿈꿨습니다.

풍랑 몰아치는 바다의 한 구석에서 겁 질린 모습으로 살아가는 내 동족에게

넓고 평안한 바다가 되고 싶었습니다.


한 때는 깊고 큰 강을 꿈꿨습니다.

찢긴 몸둥아리 쉴 곳 없어서 이리저리 떠도는 내 백성들에게

넉넉하게 흐르는 강물을 되고 싶었습니다.

한번 펼치기만 하면 내 젊은 가슴은 바다가 되고 강이 될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압니다.

큰 바다에만 평화가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깊은 강만 고요하게 흐르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아무리 작은 그릇에 고인 물도 언젠가는 평화를 회복하는 법,

아무리 보 잘 것 없는 삶도 지키고 싶은 행복은 있는 법,

하나님 이제 삶이 얼마 남지 않은 나는

바다와 강물의 위대한 평화보다

내 삶의 그릇에 고인 작은 고요함이 중요합니다.


하나님, 나를 떠나 주십시오.

내가 감당할 수 없습니다.

하나님, 내게 그 꿈을 보여주지 마십시오.

나는 그 꿈이 힘듭니다.


하나님, 내 잔잔한 삶에 도전을 주지 마십시오.

나는 이대로 좋습니다.

하나님, 내 평화를 흔들지 마십시오.

나는 그 평화가 필요합니다.


하나님,

나는 지금 이대로 살겠습니다.

나를 그냥 버려두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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