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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세의 길 - 2. “왜 다시 나를?”(출 5:22-23) 이응도 목사 2011-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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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왜 다시 나를?”(출 5:22-23)

하나님, 왜 나를 이곳에 보내셨습니까?

바로는 더 악해지고

저들은 다시 나를 거절했습니다.

하나님,

왜 나에게 다시 희망을 주셨습니까?


지난 40년,

희망 없이도 살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저 하루하루 주어진 일상을 일구기만 해도

그럭저럭 살만한 기쁨은 생긴다는 것,

그럭저럭 견딜만한 열매를 얻는 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거친 광야에 나뒹구는 자잘한 행복을 씹으며

나는 야망을 버리는 법을 배웠었습니다.

내 인생 아름드리 나무로 자라지 않아도

아내와 함께, 아들들과 함께

드넓은 광야 한 구석에 작은 가시 덤풀로 살아도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자유와 해방, 민족과 역사를 잊고 살아도

주어진 하루에 만족하는 것이 선이라 생각했습니다.


하나님이 나를 찾아오셨을 때,

나는 내 마른 인생에 마지막 기회를 만났다고 생각했습니다.

하나님이 그래도 나를 인정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나님의 역사를 이루기 위해서는

역시 나 모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지난 40년 간 광야에 묻어 두었던 희망을 다시 캐내어

내 묵은 가슴에 새롭게 심어도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내게 보여주신 놀라운 이적과

‘하나님 같이 되리라’는 엄청난 약속을 믿으며

내가 만든 40년의 행복을 버리고

하나님이 약속한 새로운 역사로 뛰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처절하게 실패하고 있습니다.

다시 거절 당하고 있습니다.


하나님, 이럴 것이면

왜 내게 다시 희망을 가지라 하셨습니까?

여전히 바로는 사자같이 강하고

여전히 이스라엘은 벌레처럼 연약한데

왜 나를 몇 마디 말로 저들 앞에 서게 하셨습니까?

한 번 받았던 상처는 쉽게 다시 회복되는 법,

40년 간 잊으려 노력했던 그 아픔을

내가 왜 기억해내야 합니까?

더 강해지고 더 악해지는 바로와

더 연약하고 더 비겁해지는 이스라엘 앞에

왜 이렇게 초라한 모습으로 나를 세워 두십니까?


하나님,

왜 나에게 다시 희망을 주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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