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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세의 길 - 5. 하나님, 잘못 택하셨습니다. 2 이응도 목사 2011-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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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하나님, 잘못 택하셨습니다. 2

하나님,

한 아이가 있었습니다.

말을 배우고 생각을 배우던 어린 나이에

가장 먼저 ‘누가 과연 나의 어머니일까…?’로 고민하기 시작한

사내 아이가 있었습니다.

그 고민이 ‘누구를 어머니로 인정하는 것이 유익할까…?’로 바뀌면서부터

그 아이는 자신을 증오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리 부정하려 해도 끈끈히 당겨오는 사랑의 눈길,

아무리 거부하려 해도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출렁대는 그리움,

아무리 욕을 하며 아니라 아니라 해도

다시 그 따뜻한 가슴을 만지며 잠들어 있는 자신을 발견하며

엄마, 미안해요… 미안해요…울먹이며 성장해 온

한 눈물 많은 아이가 있었습니다.

바로의 공주를 어머니라 불렀지만

바로의 궁정의 모든 사람들은

그 아이가 공주의 아들이 아님을 알고 있었습니다.

‘어머니’라고 말하는 자신조차

그 단어에서 한줌의 온기조차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 때마다 물끄러미 자신을 바라보는 유모의 시선에

오히려 가슴 깊은 곳

말할 수 없는 아픔과 미안함을 묻어두어야 했습니다.


그 아이는 그렇게 애굽인도 아닌 채, 히브리인도 아닌 채

두리번거리며 자라왔습니다.

오랫동안 고민하고 또 고민했습니다.

그 고민이 너무 무겁고 힘들어 그저 이대로 죽어버리고 싶기도 했습니다.

나는 누구인가?

누구이어야 하는가?

내가 그 누군가가 되기 위해 무엇을 포기해야 하는가?

결코 포기할 수도 없고 버릴 수도 없는 두 가지 가치를 놓고

때로는 눈물 흘리며 때로는 분노에 겨워 소리치며

왜 하필이면 내게 이런 감당할 수 없는 고통이 다가왔는지

잘 알지 못했던 하나님을 원망하기도 했습니다.


아이가 어른이 되고

자신의 삶을 결정해야 할 순간이 다가왔을 때

그는 보다 큰 것을 버리고 보다 따뜻한 것을 택하기로 했습니다.

차가운 질시의 눈길을 보내는 사람들을 떠나서

보기만 해도 왠지 가슴 뭉클했던 사람들에게 다가서기로 했습니다.

나도 너희와 같은 사람이라고, 나는 너희의 편이라고

그래서 내 참 어머니에게서 느끼던 젖냄새를

너희들에게서 맡고 싶다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몸짓과 서투른 말로 그들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아니 자신이 그들에게 속하였다는 것을 어떻게 해서든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그 아이는

이렇게 다시 광야에 버려졌습니다.

나면서부터 근심을 안고 태어난 아이,

돌이 되기 전에 강물 위에 버려진 아이,

나이 40이 되도록 기댈 곳을 찾아 헤매던 아이,

40년간 숨겨둔 마음을 처음으로 꺼내 들었다가

짓밟히고 버려진 마음을 안고 도망쳐 온 아이,

구겨진 그 마음을 만지작거리며

40년을 광야에서 헤매어 온 아이,

하나님, 그 아이가 지금 하나님 앞에 있습니다.


하나님,

저는 아닙니다.

하나님이 잘못 선택하셨습니다.

저는 여전히 병든 마음을 안고 씨름하며,

갈대 상자 안에 누워 세월의 강물을 떠다니는 아기 모세일 뿐,

내 인생의 갈대 상자 위에 더 이상 무거운 짐을 올려 놓지 마십시오.

저는 그저 찢어진 마음을 스스로 위로하며

얼마 남지 않은 내 인생 강물 따라 떠다니겠습니다.


하나님, 적어도 내 인생에 대하여는

하나님이 철저하게 잘못 하셨습니다.

저는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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