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상담을 원하시는 부모님들께
신문에 칼럼을 연재한 지 이제 1년이 넘었습니다. 그 동안 많은 분들이 칼럼을 읽고 상담을 요청하기도 하고 때로는 의견을 주기도 하셨습니다. 저 자신의 부족함을 잘 알고 있지만 미국이라는 낯선 땅에서 살아가는 동포 가정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작은 마음으로 상담과 글 쓰는 일을 계속하려 합니다.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지난 1년 상담을 진행해 오면서 상담을 원하시는 부모님들께 꼭 해드리고 싶었던 말씀이 있었습니다. 상담을 하다 보면 가끔 당황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상담에 대한 기본적인 오해가 있기 때문입니다. 상담을 요청하시기 전에 먼저 기본적인 상담에 대한 공감대가 필요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오늘은 상담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 몇 가지를 말씀드릴까 합니다.
많은 부모님들이 상담을 ‘조언(advice)’정도로 생각합니다. 물론 상담은 조언의 의미를 포함하지만 조언이 상담이 될 수는 없습니다. 조언은 기본적으로 단회적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상담은 ‘과정(Process)’이 필요합니다. 성경적 상담에서는 상담을 ‘삶이 변화되는 과정(Life Changing Process)’이라고 말합니다. 단회적일 수 없고 결과 중심적일 수도 없습니다. 상담은 삶의 변화의 중요한 과정을 함께 만들어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상담은 삶의 변화를 목표로 합니다. 그 변화는 문제를 인식한 사람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합니다. 청소년 상담에 있어서 변화는 부모로부터 시작되는 것입니다. 어떤 부모님들은 자녀들의 문제로 상담을 하러 왔는데 왜 부모가 변화되어야 하느냐고 거부감을 표현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환경으로서의 부모의 변화 없이 어린 자녀의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자녀의 삶에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부모의 변화’라는 process가 반드시 필요한 것입니다.
때로 상담에 어려움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부모님들이 자녀들의 문제가 드러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좀 더 깊이 생각해보면 자녀들을 염려하기 보다 부모님들의 사회적 위치나 자존심을 보호하려는 의도가 숨겨져 있음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특별히 남성의 경우 다른 사람에게 자기 가정의 문제를 개방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많은 것 같습니다. 상담자가 피상담자의 삶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면서 분석하고 바른 길을 찾아가기 위해서는 자녀들의 삶의 문제와 그 문제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부모들의 문제들을 공유해 주셔야 합니다. 상담자 앞에서 문제를 은폐하는 것은 상담을 방해하는 것과 같습니다. 상담자는 자신의 문제를 객관화하는데 어려움을 느끼는 피상담자를 돕기 위해 보다 구체적인 삶의 이야기들을 필요로 하는 것입니다. 물론 상담에는 Privacy에 대한 보호가 가장 기본적인 사항입니다. 염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어떤 부모님들은 상담을 쉽게 중단합니다. 심각하게 보였던 자녀의 문제가 해결될만한 조짐이 보이고 무엇인가 콘트롤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판단되면 상담에 대한 열심을 보이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말씀 드린 대로 상담은 위기를 벗어나도록 만드는 조언 정도는 아닙니다. 상담은 위기를 벗어날 뿐 아니라 그 위기의 원인이 되었던 ‘뿌리’를 찾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생각해보면 드러난 위기보다 숨겨진 문제가 더 위험할 수 있습니다. 드러났던 위기가 잠시 해결되었다고 해서 상담을 중단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다른 환경 속에서 같은 위기를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상담자와 함께 문제의 원인을 찾고 분석하고 ‘뿌리’를 바꾸는 과정을 만들어내는 일이 필요합니다. 쉽게 상담을 중단하거나 포기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드릴 말씀은 자녀를 교육하는 일과 문제 있는 자녀를 변화시키는 일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내’라는 것입니다. 왜 상담의 결과가 빨리 나타나지 않느냐고, 왜 금방 좋아지지 않느냐고, 도대체 언제까지 자녀의 이런 모습을 참아야 하느냐고 조급해하시는 것은 자신에게도, 자녀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먼저 자신의 변화를 만들어내고, 나아가서 자녀의 변화를 믿음을 가지고 기다려 준다면 자녀는 자신의 삶에서 가장 지혜로운 길을 택하고 걸어가게 될 것입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