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 칼럼

  • 홈 >
  • 예배와 말씀 >
  • 상담 칼럼
상담 칼럼
17. 자녀에 대한 부모의 연민 이응도 목사 2011-09-07
  • 추천 1
  • 댓글 0
  • 조회 462

http://chodaepa.onmam.com/bbs/bbsView/81/544894

17. 자녀에 대한 부모의 연민



가일이가 4살 반이 되자 아내와 저는 가일이를 Pre-Kindergarten으로 보내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동안 가정에서 한국어만 사용했었기 때문에 정기 교육 과정에 들어가기 전에 영어도 배울 겸 학교 생활에 적응도 할 겸 보내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처음에는 신기한 맛에 학교에 가는 것을 좋아했던 가일이는 두번째 주가 되자 학교에 가지 않겠다고 아침마다 칭얼거리기 시작했습니다. 도대체 선생님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매일 아침마다 억지로 학교를 보내고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아직 어리기만 한 녀석이 하루에 3-4시간씩 대화가 단절된 곳에서 얼마나 힘들까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하루는 가일이가 학교에서 울었다는 말을 했습니다. 선생님이 숙제를 내줬고 나름대로 준비를 해서 갔는데 선생님이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설명을 요구했나 봅니다. 아직 영어가 약한 가일이가 머뭇거리자 선생님은 엄하게 다그쳤고 아마도 울음을 터뜨린 모양입니다. 그 일 이후 가일이는 학교에 가는 것을 더욱 싫어했습니다. 그래서 조금 일찍 가일이를 데리러 가서 가일이의 교실을 관찰하기로 했습니다. 교실 창으로 아이들이 어떻게 놀고 있는지, 가일이가 친구들과 잘 어울리는지, 그리고 특히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어떻게 대하는지를 자세하게 봤습니다. 가장 먼저 선생님들이 지나치게 엄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아직 4살 정도에 불과한 아이들에게 영어와 수학에 대한 기초를 가르치고 있었고 가일이의 수준에 너무 힘이 들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내와 저는 가일이의 학교를 옮기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여러 학교를 알아본 끝이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좋은 학교를 발견할 수 있었고 6개월이 지난 지금은 아주 행복하게 잘 적응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학교를 옮긴지 얼마 되지 않아서 생겼었습니다. 자녀인 가일이와 부모인 저희들에게 같은 문제점이 발견된 것입니다. 비록 어렸지만 자녀들은 부모가 자신을 어떤 눈으로 보고 있는지 느끼고 알고 있습니다. 가일이는 엄마와 아빠가 자신이 학교에서 어려워하자 다른 학교로 옮겨 줬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언어 문제로 힘들어하고 친구들과 잘 사귀지 못한다는 사실에 대해 엄마와 아빠가 불쌍하게 여기고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습니다. 가일이는 그것을 이용하고 있었습니다. “아빠, 난 학교에 가기 싫어. 왜냐하면 나는 영어를 잘 못하기 때문이야. 나는 집에서 엄마랑 그냥 공부할래.” “아빠, 나 다른 학교로 옮겨줘. 친구들이 나한테는 인사를 잘 안해. 나 심심해” 학교를 한번 옮기는 과정에서 가일이는 무엇인가 ‘학습’한 것이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때때로 부모의 동정심을 자극해서 자신이 감당해야 할 작은 의무나 책임들을 피하려 하기도 했습니다.


문제점은 부모인 저희들에게도 있었습니다. 저희들은 “어른들도 힘 든데 애가 얼마나 힘들겠어.”라고 말하면서 가일이에 대한 연민을 버리지 못했습니다. 친구들과 대화가 안되는 상황, 선생님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황량한 사막과도 같은 교실에서 애가 얼마나 힘이 들까… 얼마나 외로울까 생각하면 마음이 너무 무거웠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가일이의 게으름이나 각종 핑게들을 인정해주고 작은 요구들을 들어주게 되었습니다.


가일이에 대해 느끼는 연민이 오히려 가일이를 망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가일이가 좀 더 약한 엄마의 동정심을 자극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부모의 사랑은 여러가지 옷을 입고 자녀에게 전달됩니다. 어떤 부모는 지나치게 강한 교육의 원칙을 사랑이라 생각하기도 합니다. 어떤 부모는 세심한 배려를 사랑이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또 어떤 부모는 자녀를 동정하고 이해하고 자녀의 편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려 합니다. 그 모든 것이 사랑이 아니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 모든 것을 다 바른 사랑이라고도 말할 수 없습니다.


부모가 자녀에게 연민을 느낄 때 그 자녀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부모의 연민 속에 안주하게 됩니다. 본인이 원하는 것을 선택하는 일과 책임지는 일 사이에 부모의 연민이 개입하게 되면 자녀는 성장하는 시기에 배워야 할 여러가지 인격적 덕목들을 놓치게 됩니다. 때로는 어려운 환경도 이겨야 하고 때로는 자신의 잘못에 대한 책임도 져야 합니다. 때로는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에게 좋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하고 때로는 자신이 싫어하는 일에 대해서 아니라고 말할 수도 있어야 합니다. 자녀가 배워야 할 이런 건강한 판단과 실천에 있어서 가장 큰 적은 어쩌면 부모의 연민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모든 부모의 자녀 교육의 목표는 대부분 비슷한 것 같습니다. 한 사회 속에서 스스로 자신의 삶의 자리를 개척하고 지킬 수 있는 사람으로 자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목표를 이루는 모든 부모의 길은 각각 다릅니다. 그 모든 길 가운데 반드시 점검하고 가지 말아야 할 길들이 있다면 그 중 하나는 ‘자녀에 대한 연민’입니다. 건강한 자녀 사랑은 연민을 극복한 사랑이기 때문입니다.

    추천

댓글 0

자유게시판
번호 제목 작성자 등록일 추천 조회
이전글 18. 부모의 완벽주의적 성향이 자녀에게 미치는 영향 이응도 목사 2011.09.08 1 479
다음글 16. Double Standard 이응도 목사 2011.09.07 1 5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