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 칼럼

  • 홈 >
  • 예배와 말씀 >
  • 상담 칼럼
상담 칼럼
19. 자녀에 대한 죄책감 이응도 목사 2011-09-08
  • 추천 1
  • 댓글 0
  • 조회 524

http://chodaepa.onmam.com/bbs/bbsView/81/544896

19. 자녀에 대한 죄책감

L씨는 지금 40대 중반의 성인입니다. 그는 교육자의 가정에서 태어났습니다. 그가 태어난 지 일주일 만에 그의 생모는 산후 중독으로 사망하고 말았습니다. 그의 아버지는 어쩔 수 없이 어린 아들을 할머니에게 맡겼습니다. 이후 그의 아버지는 곧 재혼을 했고 2남 2녀가 더 생겼습니다. 그는 3살이 되기까지 할머니의 손에서 자라다가 이후 할머니와 함께 아버지의 집으로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그의 아버지는 전형적인 한국의 교육자입니다. 평생을 중등 교육에 몸바쳐 온 아버지는 다소 권위적이면서도 가족을 위해 헌신할 줄 아는 분이었습니다. 그의 어머니 또한 바른 분이었습니다. 비록 자신이 낳은 아들은 아니지만 최선을 다해 L씨를 키웠고 L씨가 20대 중반이 되기까지 자신의 출생에 관해 전혀 의심하지도 상상하지도 않을 만큼 온갖 사랑과 정성을 쏟았습니다. 부모가 그의 생모에 대한 사실을 숨겨왔기 때문에 동생들 또한 성인이 될 때까지 전혀 그 사실을 알지 못했습니다.


그의 가정의 문제는 그에게서 출발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어릴 적부터 자신이 원하는 모든 것을 얻을 수 있었던 그는 성장하면서도 그런 성향을 고치지 못했습니다. 3세까지 할머니의 품에서 자라면서 그는 떼를 쓰고 울기만 하면 모든 것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할머니는 “어리고 불쌍한 것이 지 에미를 잃고 우는 것이 너무 불쌍해서” 모든 소원을 들어줬습니다. 아버지의 집으로 들어오고 난 다음에도 그는 같은 환경을 원했습니다.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할 때 떼를 쓰고 울었고 얻을 때까지 고집을 피웠습니다. 그의 그런 고집에 가장 약한 사람은 할머니였고 그리고 아버지였습니다.


그의 아버지는 그에 대해 죄책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젊은 나이에 아내를 잃었던 경험을 한 그는 마치 자신의 잘못이나 어떤 알 수 없는 문제 때문에 아내를 잃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아들에 대해서도 단순히 불쌍히 여기는 마음을 넘어선 죄책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마치 자신의 잘못 때문에 어린 아들이 어머니를 잃고 감당하기 어려운 삶을 살아간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이런 생각에 사로잡힐 때마다 그는 아들에 대해 결코 엄해질 수 없었습니다.


그의 어머니 또한 약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시어머니와 남편이 무엇인가 잘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자신이 낳은 자녀들만 편애한다는 말을 들을까봐 스스로 조심하고 있었습니다.


정작 큰 문제는 L씨가 성인이 된 후에 발생했습니다. L씨는 어느새 사회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성품으로 자라나 있었습니다. 그는 1년이면 한 두 번은 반드시 직장을 옮겨왔고 옮길 때마다 다른 사람과의 갈등이 그 핵심적인 원인이었습니다. 그는 늘 스스로 다른 사람들의 중심에 서기를 원했고 자신의 의견이나 요구를 다른 사람들이 수용해 줄 것을 요구했기 때문입니다.


또한 그의 가정 생활도 원만하지 않았습니다. 아내와 오랜, 그리고 깊은 문제가 그 가정을 거의 파탄 지경으로 몰고 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다른 모든 사람들이 자신에게 맞춰줘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직장에서는 동료들이나 상사의 잘못으로, 가정에서는 아내의 잘못으로, 그리고 교회에서는 다른 성도들의 잘못으로 늘 자신이 피해를 입는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오늘의 그의 부정적인 모습을 만들어 낸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사람은 누구일까요? 물론 할머니일 수 있습니다. 할머니의 무조건적이고 원칙 없는 사랑이 그를 자기 중심적이고 고집스러운 성품으로 만들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더 중요한 이유는 아버지에게 있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아버지의 ‘죄책감’에 있습니다. 아들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 아들을 객관적으로 볼 수도 없거니와 아들에 대해서 ‘엄한 아버지의 사랑’을 보여줄 수 없었던 것입니다. 그 죄책감이 다른 자녀들을 유교적 가치관에 입각해서 엄하게 키우면서도 늘 큰 아들에 대해서는 예외적인 태도를 취하도록 만들었었습니다. 그를 키워준 어머니 또한 죄책감에 괴로워하는 남편을 보면서 그 죄책감을 함께 나누는 방식으로 사랑을 표현했습니다. 헌신적으로 아들을 위해 노력했던 L씨의 부모는 결국 가슴 아픈 결과를 지켜볼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이민 사회에서 목회를 하면서 많은 재혼 가정들을 만나게 됩니다. 그 가정들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이슈 중 하나는 자녀에 대한 죄책감입니다. 부모의 잘못된 선택에 의해 자녀들에게 정신적인 피해를 줬다고 자책하는 부모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이런 정서가 자녀 교육을 지배할 때 자녀를 객관적으로 볼 수도 없거나와 자녀의 삶에 바른 원칙을 심어줄 수도 없습니다.


죄책감으로 인한 자녀 교육의 혼란은 재혼 가정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자녀에게 보다 좋은 환경을 제공해주지 못하는 미안한 마음, 하루 종일 혼자 놀아야 하는 맞벌이 부부의 아픔, 어린 자녀를 할머니나 유모에게 맡겨야 하는 안스러운 상황에 이르기까지 이민 사회 속에서 부모들이 느끼는 죄책감의 범위와 이유는 다양합니다. 이 모든 감정들은 자녀를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원칙을 가지고 교육하는데 있어서 걸림돌이 됩니다.


자녀를 사랑하고 보다 나은 환경, 보다 좋은 부모가 되고자 하는 것은 모든 부모의 소원일 것입니다. 하지만 모든 부모는 그 자체로 자녀에게 있어서 은혜요 사랑입니다. 자신의 ‘부모됨’에 대하여 보다 당당하고 자신감있는 사랑의 표현이 필요하겠습니다. 자녀에 대한 미안한 마음, 나아가서 죄책감을 가지는 것은, 그것이 비록 사랑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라해도, 그 감정 자체가 가지고 있는 부정적인 영향으로 말미암아 쓰고 괴로운 열매를 맺을 수 밖에 없습니다. 자녀의 삶에 참된 동력이 되는 것인 ‘죄책감으로 인한 허용’보다는 ‘준엄한 사랑’이기 때문입니다.

    추천

댓글 0

자유게시판
번호 제목 작성자 등록일 추천 조회
이전글 20. 자녀의 선택에 간섭하기 이응도 목사 2011.09.08 1 596
다음글 18. 부모의 완벽주의적 성향이 자녀에게 미치는 영향 이응도 목사 2011.09.08 1 4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