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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빠른 분노, 빠른 용서 이응도 목사 2011-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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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빠른 분노, 빠른 용서

상담에서 가장 자주 생각하게 되는 주제는 ‘용서’에 관한 것입니다. 오래 전 상처와 아픔을 준 사람을 용서할 수 없고 만나고 생각할 때마다 분노를 참을 수 없다는 사람, 자기 자신을 용서할 수 없다는 사람, 자신에게 이런 환경을 준 부모가 용서되지 않는다는 사람 등 용서에 관계되는 문제로 고민하는 피상담자는 만나기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와는 다르게 너무 쉽게 용서하고 용납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 또한 심각합니다. 이 문제는 친근하고 밀접한 관계 속에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주로 발생하게 되고 이것이 심각해 지면서 책임감에 대한 심각한 위기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특별히 한참 민감하게 자라나는 청소년의 시기에 부모로부터 자신의 잘못에 대해 너무 쉽게 용서 받고 용납 받는 자녀들에게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보겠습니다.

얼마 전 5살 된 가일이가 방에서 껌을 씹고는 함부로 카핏 바닥에 버린 일이 있었습니다. 아내는 화를 많이 냈습니다. 몇일 전에도 그런 일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가일아, 너 왜 또 그랬어! 엄마가 껌 씹고 난 다음에는 반드시 종이에 싸서 휴지통에 버리라고 했잖아!” “나 모르고 그랬어.” “모르는 게 어딨어! 왜 자꾸 그래?” “실수로 그랬단 말이야.” “실수가 어딨니? 매일 하는게 실수야?” “나 매일 그렇게 한 거 아니야” “너 어제도 그랬잖아” 실수였다고 주장하던 가일이는 엄마에게 눈물이 찔끔 날만큼 많이 혼이 났습니다. 시간이 조금 지났습니다. 가일이는 침울한 표정으로 방 한쪽에서 장난감을 만지작거리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이 너무 불쌍하게 보였던지 아내는 가일이에게 다가가서 안아줍니다. 그리고는 타이르기 시작했습니다. “가일아, 엄마가 이번에는 용서해 주는데 다음에는 그러면 안돼.” “응” “앞으로 안그럴거지?” “응” “약속할 수 있지?” “응” 가일이를 안고 잠시 기도해주는 것으로 그날의 껌 소동은 마무리지어졌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잘못을 한 가일이가 자신의 잘못에 대해서 스스로 돌아볼 기회는 없었습니다. 잘못을 하고, 엄마의 ‘분노’를 만나고, 스스로를 적당한 말로 변명하고, 그리고 잠시 슬퍼하다가 바로 엄마의 용서를 만났습니다. 어리다고 할지라도 자신의 행동을 스스로 생각해보고 부모의 반응을 살피면서 행동을 수정하고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기회를 가질 필요가 있는데 가일이는 엄마의 정서적 변화를 따라가느라 스스로를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지 못한 것입니다. 이후에 방 안에서의 가일이의 부주의한 행동이 계속된 것은 물론입니다. 저희 초보 엄마 아빠에게 어떤 실수가 있었을까요?


저는 그 이유가 너무 쉽게 화를 내고 너무 쉽게 용서하는 부모의 마음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반적으로 부모들은 자녀에 대한 높은 기대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또한 너무 쉽게 자녀에 대해 실망하게 됩니다. 어린 자녀가 가지고 있는 생활 규범의 수준보다 훨씬 복잡하고 높은 규범을 가지고 있는 부모는 때로는 자녀들이 감당할 수도, 이해할 수도 없는 실망과 분노를 자녀에 대해 쏟아놓게 되는 것입니다. 이것은 그리 지혜로운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일은 그 이후입니다. 자녀에게 “그것은 잘못된 것이다”라고 말 한 이후에 부모가 그 행동이 잘못된 이유에 대해서 자녀가 충분히 이해하고 납득할 수 있는 근거와 시간을 주고 있는가? 하는 것이 중요한 것입니다. 화를 냈다면 화를 낸 이유와 근거에 대해서 충분히 설명하고 자녀가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을 바꿀 수 있도록 납득시켜주어야 합니다. 벌을 주었다면 좀더 시간을 주고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자녀에게 쉽게 화를 내는 것은 자녀가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는 것과 같습니다. 나아가서 자녀를 너무 쉽게 용서해 버리는 것은 오히려 자녀가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고 앞으로도 과거의 잘못을 지속하며 살아도 된다는 메시지를 주는 것과 같습니다. 일단 화를 내고 잘못을 지적했다면 그에 상응하는 시간과 벌을 주고 자녀가 충분히 생각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물론 자녀를 가르치고 꾸짓는 것은 부모의 책임이요 의무입니다. 하지만 부모의 감정이 콘트롤되지 않는 상대에서 자녀를 꾸짓는 것은 지혜롭지 못합니다. 또한 용서하는 마음은 하나님이 우리에게 허락하신 가장 아름다운 선물이요 축복입니다. 그러나 미리 용서하고 용납하고 위로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고 가치 있는 일은 자녀가 그 잘못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다시는 그런 삶을 살지 않도록 결단하고 돕는 일입니다. 자녀가 어릴수록 더 많이 생각하고 더 많이 인내하면서 하나님을 닮은 성품으로 자녀를 양육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 과정을 통해서 자녀는 생각하는 법과 자신의 잘못에 대해 책임지는 법을 배워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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