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독수리 같은 자녀, 새장 같은 가정”
지난 11월 말 저는 뉴저지 크리스찬 아카데미에서 열린 JAMA Total Leadership
Conference에 참석했었습니다. JAMA라는 것은 Jesus Awakening Movement in America의 약자로서 미국에서 한인 교회가 다시 한번 부흥을 일으키자는 비전을 가지고 출발한 단체입니다. 많은 한인 지도자들이 미국 내에서 이 운동을 위해 헌신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틀 동안 아침 9시부터 저녁 10시까지 집중적으로 계속된 강의들을 통해서 많은 도전을 받았지만 그 중에 가장 강렬하게 마음에 와 닿은 말이 있었습니다.
저는 가끔 상담을 하면서 가슴 아픈 현실을 만납니다. 여러분도 알다시피 한인 이민 가정들에 있어서 자녀 교육은 가장 중요한 가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몸이 부숴져라 일하면서 자녀를 좋은 대학, 번듯한 직장에 넣으려고 최선을 다합니다. 그런데 그 자녀가 장성한 후 부모를 실망시킬 때가 있습니다. 모든 사람이 부러워하는 좋은 대학을 들어갔는데 정작 그곳에서 적응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공부를 못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환경과 사람들을 견디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직장에 들어가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소한 스트레스나 갈등을 견디지 못합니다. ‘인종 차별’이니 ‘유리벽’이니 하는 말로 자신의 도피를 합리화하면서 학교 혹은 직장을 옮겨 다니기도 하고 심지어 집으로 돌아와 버리기도 합니다. 그 결과 아이비리그를 졸업한 한인 2세들의 70%가 자기 전공과 관계없는 직업을 택한다고 합니다. 그나마 자기 직업을 가지고 성실하게 생활하는 경우는 다행입니다. 많은 한인 2세들이 정글과 같은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부모의 보호 아래 들어가 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좋은 대학을 졸업하고도 부모 밑에서 다시 일을 배우기도 하고 아무 일도 하지 못하고 그저 집에서 세월을 보내기도 합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일까요?
2년 전 시카고를 방문했을 때 만났던 J라는 청년의 경우를 보면 그 이유를 분명히 알 수 있습니다. J의 부모님은 한국에서 가장 좋은 대학을 졸업했습니다. 미국에서의 사업도 성공했습니다. J는 성장하는 과정에서 단 한번도 부모의 기대를 거스른 적이 없습니다. 예일 대학에 장학금을 받고 들어갔습니다. 부모의 자랑이자 보람이었습니다. J의 가정은 누가 봐도 자녀 교육에 성공한 가정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자랑스러운 아들이 대학에 들어가자 매일 부모님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학교를 옮기고 싶다는 것입니다. 전공을 바꾸고 싶다고 했습니다. 잠을 자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두렵다고 했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과 평가가 두렵다고도 했습니다. 결국 그 부모는 J의 전공을 바꾸기도 했고, 학교를 옮겨보기도 했고, 좀 쉬게 만들어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늘 같은 문제를 만났습니다. 학교나 전공이 문제가 아니라 ‘부모가 없는 새로운 환경’이 문제였던 것입니다.
저는 J를 만나면서 그의 문제를 ‘부모의 과보호’ 혹은 ‘부모의 절제없는 사랑’에서 시작되었다고 했습니다. 너무 귀하고 자랑스러운 아들이었던 그는 어릴 적부터 자신의 의지와 판단으로 선택한 것이 거의 없었습니다. 대부분의 결정은 자신보다 자신을 더 잘 아는 부모님이 내려줬습니다. 어떤 친구를 사귀고 어떤 취미를 가질 것인가 하는 것도 부모님의 선택이었습니다. 대학과 학과를 선택하고 장래 직업을 결정한 것도 아버지의 판단이었습니다. 그는 아주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 재능이 철저하게 부모에 의해 관리됨으로 말미암아 부모가 해 줄 수 없는 일의 영역에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청년이 되고 만 것입니다. 결국 그는 집으로 돌아와 요양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앞서 말씀 드린 JAMA Conference에서 받았던 가장 인상적인 말은 “왜 독수리 같은 자녀를 새장 같은 가정에 가둬 키우는가?”라는 말이었습니다. 저는 이 말을 듣고 J 생각이 났습니다. 하나님이 그에게 많은 재능과 능력을 주셨는데 그는 결국 세상으로 나가서 그 날개를 펴보지 못하고 안전하고 편안한 새장으로 돌아오고 만 것입니다. 새장 안에서 어미새가 가져다 주는 모이를 먹는 데는 익숙했지만 정작 자신의 날개로 하늘을 날고 자신보다 크고 강한 날짐승들과 싸우며 먹이를 사냥하는 법을 배우지는 못했던 것입니다. 안전하게 자라기는 했지만 건강하게 자라지는 못한 독수리는 자신의 퇴화되어버린 날개를 처량하게 원망하며 다시 새장 안으로 돌아와 어미가 사냥해주는 먹이를 먹기로 결정한 것입니다.
우리 세대가 미래를 향해 가져야 할 비전 중 하나는 분명히 바로 우리의 자녀 교육에 있습니다. 우리의 2세들에게 우리가 가진 신앙을 전승하고 더 나은 신앙을 가진 하나님의 사람들로 세우는 것은 우리의 사명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일을 위해서 과연 어떤 일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습니까? 우리는 더 든든한 새장을 만들어 자녀를 그 속에서 보호하려 하지는 않습니까? 내 품 안에서 곱게 자라는 자녀를 보며 만족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하나님이 허락하신 독수리 같은 자녀들에게 든든한 새장이 아닌 하나님의 뜻이라는 푸른 창공으로 훨훨 비상할 수 있는 힘찬 날개를 만들어주는 일에 집중할 수 있는 믿음과 지혜가 우리들에게 있기를 기도합니다. 그 자녀들을 미래를 하나님이 책임지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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