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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누가 감히 내 아들을...." 이응도 목사 2011-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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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누가 감히 내 아들을...."

요즘 한국의 한 대기업 회장의 가정 이야기가 화제입니다. 회장의 둘째 아들이 친구들과 함께 술을 마시고 놀다가 시비 끝에 폭행을 당했고 그 이야기를 듣고 분노한 회장은 비서들과 폭력배로 보이는 사람들을 대동하고 가서 아들을 폭행했던 젊은이들에게 보복 폭력을 휘둘렀다는 이야기입니다. 피해자와 가해자의 진술 내용이 다르고 서로가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정확한 사실관계를 아직 확인할 수는 없지만 한 대기업의 총수의 가정이 이런 일로 뉴스거리가 되고 수사의 대상이 된다는 것 자체가 그저 웃을 수만은 없는 일 같습니다. 자녀를 사랑하는 것, 사랑하기 때문에 자녀를 위해서 부모가 해 줄 수 있는 일들이 이런 일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어렸을 때 기억이 납니다. 제가 살던 해운대에는 해수욕장 가까운 곳에 오산이라는 작은 산이 있었고 그 기슭에 고아원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곳에는 제법 고아들이 많이 있어서 한 반에 한두 명씩 함께 공부했었습니다. 4학년 때 쯤이었습니다. 우리 반에는 남자 아이 하나, 여자 아이 하나가 고아원에서 왔습니다. 다소 질서 없고 지저분해 보이던 남자 아이를 싫어했던 저는 하루는 그 아이와 싸움을 했습니다. 제가 일방적으로 큰 덩치였기 때문에 싸움은 싱겁게 끝났습니다. 그리고 그 소문은 저의 어머니께 들어갔습니다. 저는 정말 크게 혼이 났습니다. 싸움 자체에 대해서 혼을 내셨을 뿐 아니라 그 아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함부로 대한 것에 대해 꾸짖으셨습니다. 그리고 그 주말에 학교에서 친구들과 공을 가지고 놀다가 고아원 출신의 5-6학년 형들에게 둘러 싸였습니다. 몇 대 쥐어 박히고 당시 정말 귀했던 가죽 축구공까지 빼앗겼습니다. 그 공을 뺏은 고아원 형들은 다 아는 얼굴들이었습니다. 저는 집으로 울면서 돌아가서 어머니께 졸랐습니다. 경찰을 불러서 혼을 내주고 공을 돌려받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어머니는 도리어 저를 혼을 내시고는 됐다고 하셨습니다. 뭐가 된 것인지, 왜 내 편을 들어주지 않는건지 정말 이해할 수 없고 서운했습니다.

한 달쯤 있다가 어머니는 우리 반에 있는 두 고아원 친구들을 집으로 초청하셨습니다. 그리고 아들, 딸로 여기고 돌봐주시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못마땅했지만 어머니께서 이미 아버지와 함께 내린 결정이었습니다. 어머니는 제가 보란 듯이 자주 학교에 와서 그 친구들을 돌봐주시고 제가 가지고 있지 못하던 학용품까지도 공급해 주셨습니다. 6학년 말 우리 가정이 목회지를 옮겨서 해운대를 떠날 때까지 어머니는 그 일을 계속하셨습니다.


저는 미국으로 오기 전 경남 고성에 있는 애육원이라는 고아원을 정기적으로 방문하고 후원하는 일을 했습니다. 제가 가는 교회마다 성도들을 조직해서 함께 즐겁게 일했었습니다. 저는 제가 그런 일을 열심하게 된 중요한 이유가 바로 저의 어머니에게 있음을 의심하지 않습니다. 지금 이곳 필라델피아에서 상담 사역을 즐겁게 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머님이 보여주신 큰 사랑, “어이구, 내 새끼...” “누가 감히 내 귀한 아들을....” 하면서 나의 엉덩이를 두드리는 사랑이 아니라, 무엇이 옳은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삶으로 보여주시고 교훈하시는 큰 사랑으로부터 배운 것입니다. 내 편이 되어주는 사랑이 아니라, 바른 것을 보여주고 교훈하는 건강한 사랑 말입니다. 무조건 자녀 편이 되어주는 사랑은 자녀의 마음을 오염시키고 분별력을 무디게 만들지만, 옳은 것을 삶으로 교훈하는 사랑은 자녀를 독립적인 인격과 신앙으로 성장키시고 부모보다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인도하는 것입니다.


사무엘상에 나오는 대제사장 엘리는 그 시대를 이끌어가는 지도자였습니다. 그가 키워낸 사람 중에 사무엘과 같은 차세대 지도자도 있었습니다. 그는 하나님의 뜻과 음성을 분별할 수 있는 영성 또한 갖춘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그는 자녀에 대해 어두운 마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성경에 전하는 그의 자녀 교육은 실패였습니다. 사무엘상 2:12에서 성경은 “엘리의 아들들은 불량자라 여호와를 알지 못하니라”고 했습니다. 구약 시대의 제사장은 하나님과 사람 사이를 잇는 다리의 역할을 했습니다. 사람의 연약함을 지고 하나님께로 나아가는가 하면, 하나님의 엄위하심을 사람 앞에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스라엘 모든 백성 앞에 중보자의 역할을 감당했던 제사장 엘리는 자녀들 앞에서는 그 역할을 포기한 것으로 보입니다. 자녀들에 대한 ‘넘치는 사랑’이 그 자녀들의 마음을 병들게 하고 삶을 파괴했으며 가정을 무너지게 한 것입니다.


엘리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한국의 한 대기업 회장의 가정이 문제만도 아닙니다. 오늘날 많은 우리들 가정의 문제입니다. 자녀 중심의 가정, 넘치는 보호와 넘치는 사랑에 멍들어가고 병들어가는 우리 자녀들의 문제입니다. 부모는 하나님을 믿지만 자녀는 부모를 믿는 이 사회의 문제입니다. 부모는 자신의 힘으로 이 세상을 이기며 살아왔지만 자녀는 부모의 성공의 그늘에 편히 살기를 바라는 오늘날 우리 모든 부모의 문제입니다.


“감히 내 아들을, 감히 내 딸을....”을 외치면서 자녀의 영적, 정서적 성장을 가로막고 있는 어리석고 악한 부모들을 봅니다. 그 속에 저의 연약한 모습을 봅니다. 저 연약함 속에 숨어 있는 위험한 사랑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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