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보상지연(delayed gratification)’
얼마 전에 가일이와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온 적이 있습니다. 자꾸 T.V.와 컴퓨터 게임에만 시간을 보내어서 책을 좀 읽혀야겠다 생각했었습니다. 그 책 중에는 제가 가일이에게 읽히기를 원하는 책도 있고 자신이 고른 책도 있었습니다. 집에 돌아와서 열 권 정도 되는 책을 놓고 어느 책을 먼저 읽을까 선택할 수 있는 시간을 줬습니다. 놀랍게도 어려운 책, 제가 고른 책을 먼저 선택하더군요. 왜 그러냐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중에 이런 거 읽으려면 힘들잖아!” 아빠로서 만족할만한 대답이었습니다. 어려운 일을 먼저 하는 것, 삶에 좋은 지혜 아니겠습니까?
1960년대 스텐퍼드 대학의 윌터 미쉘이라는 한 교수는 4살짜리 아이들을 모아 놓고 한가지 실험을 했습니다. 그것은 인생의 목표를 달성하는 일과 사람의 성품과의 관계를 파악하기 위한 실험이었습니다. 그는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금부터 너희들에게 머쉬 멜로우를 하나씩 줄께. 내가 잠시 나갔다 오는 동안 이것을 먹지 않고 기다리면 상으로 두 개를 더 줄 거야. 만약 그때까지 기다리지 못하면 머쉬 멜로우를 하나 밖에 못먹거든. 도저히 못참겠다고 생각하면 당장 그것을 먹어도 좋아.”
4살짜리 아이들에게는 참 어려운 실험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약 15~20분 동안 그것을 참아낸 아이들이 있었습니다. 그 아이들은 손에 쥐고 있는 머쉬 멜로우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눈을 가리기도 하고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손과 발로 게임을 하기도 하고 심지어 잠을 자면서 윌터 미쉘 교수가 돌아오기를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그 대가로 머쉬 멜로우를 두 개 더 받았습니다. 하지만 지금 당장 먹어도 좋다는 즉각적인 욕구에 마음을 빼앗긴 아이들은 대개 실험자가 방에서 나가기가 무섭게 머쉬 멜로우를 꿀꺽 삼켜 버렸습니다.
이 실험은 단순히 아이들의 성격만을 단편적으로 암시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 실험은 아이들의 인생의 방향에도 심각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었습니다. 이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 다시 이들의 삶을 조사했을 때 교수가 나가자 마자 머쉬 멜로우를 삼킨 아이들은 목표와 성취에 있어서 많은 문제를 안고 있음을 발견했습니다. 그들은 남보다 더 우유부단하고 수줍어하며 쉽게 분노하고 스트레스에 민감하고 남을 원망하는 성격을 많이 가지고 있었습니다. 반면 네 살에 닥친 큰 유혹은 이겨낸 어린이들은 어려움이 닥쳤을 때 포기하기 보다는 도전하며 좌절할 상황을 만나서도 잘 대처해 나가고 자신 있게 행동하고 책임감 있으며 신뢰할만한 성품으로 성장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들은 결국 자신의 인생의 목적을 이룰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미래의 목표를 위해 눈 앞에 이익, 혹은 쾌락을 사양할 줄 아는 것, 심리학에서는 이것을 ‘보상지연(delayed gratification)’이라고 말합니다. 스캇 펙 박사는 보상 지연을 설명하기를 “인생의 즐거움과 고통에 대한 시간 배정의 과정으로서 고통을 먼저 경험하여 극복하고 그럼으로써 이후의 즐거움을 배가시키는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모든 인류가 보편적으로 가지고 있는 지혜이기도 합니다. 굳이 ‘보상지연’이라는 심리학 용어를 알지 못해도 우리는 어렵고 힘든 일들을 먼저 하고 쉽고 즐거운 일을 뒤에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고 즐겁게 일을 마무리 지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 속담에 “매도 먼저 맞는 것이 낫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어려서부터 이 지혜를 잘 활용하는 사람은 방학 숙제를 미리 다 해 놓고 노는 사람이고 이것이 지혜 있는 일이라는 것을 잘 알지만 실천하지 못하는 사람은 늘 방학 숙제를 다 해가지 못하거나 남의 것을 베낄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지난 한 해 어떻게 보내셨습니까? 힘들고 어려웠던 일, 안타깝고 슬펐던 일,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즐겁고 유쾌하고 행복했던 일도 있었을 것입니다. 여러분의 한 해가 복되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하나님이 허락하신 또 한 해, 어떤 한 해가 되기를 원하십니까? 성경은 우리가 현재 당하는 고난은 미래에 하나님이 예비하신 영광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우리가 하나님의 뜻대로 살고, 바르게 살고, 가치 중심으로 살 때 현재 우리의 삶에는 고통이 따르고 손해를 보는 것 같지만 하나님은 우리의 내일에 비교할 수 없는 큰 ‘보상’을 허락하십니다. 여러분의 삶에 ‘보상지연’의 지혜가 함께 하기를 축복합니다. 하나님의 약속의 말씀대로 오늘을 살아서 그 약속이 여러분의 내일을 결정하는 은혜가 넘치기를 축복합니다. 오늘의 쾌락을 내일의 영광과 바꿔버리는 어리석음이 없기를 소망합니다. 눈물을 흘리며 오늘 씨를 뿌리고 기쁨으로 내일 단을 거두는 단단한 믿음이 여러분과 제게 함께 하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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