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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 “잔을 비우십시오.” 이응도 목사 2011-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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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 “잔을 비우십시오.”

K 권사님! 지난 번 권사님을 만나고 마음이 너무 답답했습니다. 권사님이 당하셨던 아픔과 서러움이 제 가슴까지 밀려오는 것 같았습니다. 오랜 기간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오랜 기간 정말 힘들게 참아오셨습니다. 아무도 감당할 수 없을 슬픔과 아픔을 혼자서 묵묵히 지고 오셨습니다. 사도 바울이 당했던 수많은 고난과 고통이 권사님이 연약한 삶에 그대로 다시 살아난 것 같았습니다. 우리 주님의 세밀한 위로를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권사님, 왜 요즘 이렇게 자주 화가 나는지 모르겠다고 하셨지요? 자신도 모르게 손님들하고 자주 싸우게 되고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 말다툼을 하게 되신다구요? 가만히 있어도 때로 눈물이 나신다구요?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억울하고 분한 일이 많으시다구요? 힘들게 키운 자녀들조차 때로는 미워질 때가 있다고 하셨지요?


저는 권사님을 만나면서 저의 어머니 생각이 많이 났습니다. 저는 어릴 적부터 어머니께서 혼자 울고 계신 것을 많이 봤었습니다. 가난한 목회자의 아내로서 가정과 교회를 섬기면서 많은 사람들로부터 상처를 받지만 아무도 위로해주지 않는 어머니를 지켜봤습니다. 남편인 저의 아버님은 당신의 아내에 대해서조차 목회자가 되기를 원했고 위로보다는 책망과 정죄하시는 분이셨습니다. 네 남매를 키우시면서 눈가에 넉넉하게 고인 눈물을 참으시는 모습을 보면서 저는 때로 교회와 아버님에 대한 불타는 분노를 느끼기도 했습니다. 혼자 교회당에서 밤을 새우시고 새벽기도회까지 마친 후 눈물로 적셔진 방석 위에 엎드려 잠드신 어머니를 보면서 나는 정말 목회자가 되지 말아야겠다…. 나는 정말 아버지처럼 되지 말아야겠다… 결심하기도 했습니다.


대학을 다닐 때였습니다. 한번은 어머니께 이혼을 권해드린 일이 있습니다. “어머니, 차라리 이혼을 하세요. 이제 어머니의 행복도 찾으셔야지요. 목회자의 아내로서가 아니라 한 인간으로 자신을 위해서도 살아보셔야지요. 어머니께서 결심만 하시면 제가 도울께요….” 정말 철없는 막내 아들의 떨리는 목소리를 어머니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들어주셨습니다. 그리고 그 눈물 고인 눈으로 저를 보시면서 “괜찮다… 응도야… 나는 괜찮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응도야, 나는 기도할 수 있잖아. 내 속에 있는 모든 짐들을 다 쏟아놓을 수 있잖아. 그래서 우리가 하나님을 믿는 거잖아.” 어머니는 오히려 저의 어깨를 쓰다듬어주셨습니다.


그 때는 정말 받아들일 수가 없었습니다. 이해할 수도 없었습니다. 인정하기 싫었습니다. 어머니의 연약한 변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상담을 공부하고 목회를 하고 있는 지금 가끔 그 때를 생각합니다. 어쩌면 저의 어머니는 가장 건강한 분이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합니다. 어머니는 그 많은 서러움과 상처를 하나님 앞에 다 쏟아 놓으셨기 때문입니다. 아픔과 슬픔의 잔을 하나님 앞에서 깨끗하게 비우신 분이셨기 때문입니다. 어머니는 말씀하신대로 도저히 당신이 질 수 없는 무거운 짐,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격한 분노까지도 하나님 앞에 엎드려서 다 비워버리셨습니다. 찰랑찰랑 채워진 잔이 아니라 날마다 깨끗하게 비워진 잔이 되어 딱딱한 교과서와 같았던 아버님과 세상 모르던 네 남매와 오고 가는 많은 성도들로부터 받는 눈물들을 넉넉하게 받아내셨던 것입니다. “나는 기도할 수 있잖아. 그래서 하나님을 믿는 거잖아.”라는 어머님의 말씀이 요즘에야 가슴 깊은 곳에 큰 깨달음이 되어 자리잡고 있습니다. 저의 어머니는 가장 건강한 영적 정서를 가진 분이셨습니다.


K 권사님, 이제 그만 잔을 내려 놓지 않으시겠습니까? 눈물로 가득한 잔, 분노와 피해의식으로 찰랑거리는 잔, 상처와 서러움이 넘쳐나는 그 잔을 내려 놓지 않으시겠습니까? 찰랑거리는 잔은 작은 물방울 하나에도 넘치기 마련입니다. 가득 차 있는 잔은 작은 흔들림에도 쏟아지기 마련입니다. 넘쳐나는 상처와 분노가 다른 사람을 공격하고 자신을 해칠지라도 멈출 수가 없게 됩니다. 이제 들고 계신 그 잔을 놓을 때가 된 것 같습니다. 더 이상 권사님의 눈물을 담을 수 없는 그 잔을 주님께 맡기셔야 합니다. 우리의 모든 잔을 대신 마시시는 분, 우리의 모든 잔을 그 한 몸에 받으시는 주님께 권사님의 잔을 건내주셔야 합니다. 우리 주님은 권사님에게 깨끗하게 비워진 맑은 잔을 돌려주실 것입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내가 마시는 잔을 마실 수 있느냐?”고 물으셨습니다. 그 어떤 제자도 예수님의 잔을 마실 수는 없었습니다. 그 잔은 저의 어머니와 권사님, 그리고 우리 모두의 눈물과 아픔이 담겨 있는 잔이요, 그 잔은 오직 우리 주님만이 마실 수 있는 잔이기 때문입니다. 그 넉넉하고 은혜로운 주님의 잔에 권사님이 붙들고 있는 잔을 쏟아 놓을 수 있는 믿음, 그리고 용기를 위해 기도합니다. 권사님의 빈잔에 주님은 평안과 위로를 채워주실 것입니다. 그 하나님을 의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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