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그럼요, 교육이 가장 중요하죠." | 이응도 목사 | 2011-10-0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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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그럼요, 교육이 가장 중요하죠." 저는 대학 4년간 소위 과외 선생으로 학비와 생활비를 벌었습니다. 그리 뛰어나지는 않았지만 다행히 당시 전공이 영어 영문학이었던 관계로 끊이지 않고 과외 선생을 할 수 있었습니다. 가끔 웃으면서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아마도 교육을 중요시하는 한국적 상황이 아니었다면 대학 공부를 마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입니다. 한국 부모님들의 교육에 대한 열성은 정말 대단하고 뜨겁습니다.
대학 3학년 때 명환이(가명)라는 한 녀석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제법 주먹도 좀 쓰고 키고 저만큼 큰 잘 생긴 재수생이었습니다. 나이 차이가 2살 밖에 나지 않고 성격도 활달해서 형제처럼 잘 지냈습니다. 명환이는 몇 대째 내려오는 부자 집안의 장남이었고 어릴 적부터 물질에 대한 부족함을 전혀 느껴보지 못한 녀석이었습니다. 그 부모님은 부산의 온천장 알짜배기 땅에 몇 개의 건물을 소유하고 있었고 일하지 그 건물들에 대한 관리만으로도 풍족한 생활을 할 수 있었습니다.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부모님은 자신들이 젊어서 배우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를 털어 놓았습니다. 그리고 자신들의 자녀만은 대학을 보내서 지식인으로 폼 나게 살아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일하지 않아도 풍족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을 자녀에게 보여주는 것은 정말 좋지 않았습니다. 매일 골프과 도박을 하는 아버지와 늘 통장과 장부를 들고 계산하는 어머니를 보면서 명환이가 바르게 자라기를 원하는 것은 씨를 심지도 않고 열매를 원하는 것과 같았습니다. 명환이의 꿈은 지금 아버지가 가지고 있는 재산과 삶의 방식을 그대로 이어가는 것이었습니다. 어머니는 아버지와 너무 닮은 명환이를 어떻게 해서든지 공부를 시켜보려고 애쓰고 있었습니다.
모의고사에서 제법 좋은 성적을 거두었던 명환이는 정작 학력 고사에서 어이없는 실수를 거듭했습니다. 6개월 간의 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크게 뛰어난 성적을 받아오지는 못했었습니다. 정말 그 어머니에게 미안했습니다.
명환이의 진학에 대해 그 어머니와 의논을 했습니다. 어머니의 표정은 의외로 밝았습니다.
“이야기가 되어 있다니요?”
“아… 아직 말씀 안드렸구나…. 이번에는 그냥 돈을 좀 쓰기로 했어요.”
놀라는 저를 비로소 돌아보며 그 어머니는 차근차근 이렇게 말했습니다.
“선생님, 저는 우리 명환이에게 재산 같은 거 물려주기 싫어요. 뭐니 뭐니 해도 교육이 제일 중요하지 않겠어요. 그래서 대학은 꼭 그럴듯한 곳에 넣어주고 싶어요. 제대로 배운 사람으로 만들고 싶거든요. 사람이 배워야지요…. 그럼요, 교육이 뭐니뭐니해도 제일 중요하죠”
상담 때문에 자주 주변에 있는 고등학교를 방문하게 됩니다. 학생에 대한 상담, 혹은 통역을 마치고 학교의 선생님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가 있습니다. 많은 한국 학생들이 언어와 문화의 차이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대부분의 선생님들은 한국 학생들의 학습 능력과 열정을 인정합니다. 하지만 그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있습니다. 학부모가 학교에 대하여 과연 무엇을 원하고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학부모들과의 Communication이 거의 불가능하고 자녀의 학교 생활이나 가정 생활, 성품이나 삶의 목표 등에 대해 대화할 수 있는 기회가 없다는 것이지요. 학교의 선생님들은 학부모가 대화의 요청에 응답하지 않거나 대화를 요구하지 않을 때 관심이 없는 것으로 이해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교육에 별 관심이 없는 듯 보이는 그 부모가 자녀를 학원과 개인 교사를 통해서 공부를 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그들은 잘 이해하지 못합니다. 자녀의 교육에 관심이 있다면 자녀와 좀 더 많이 대화하고 자녀가 어떤 생각과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지 파악하고 자녀의 교육을 맡은 학교와 긴밀하게 협조해야 할 텐데 학교와의 대화는 단절한 채 성적을 올리는 일, 좋은 대학에 보내는 일에만 포커스를 맞추는 것을 잘 이해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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